국가채무 잔뜩 늘려놓고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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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잔뜩 늘려놓고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홍남기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5.0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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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 궤변을 이렇게 풀이한다. '상대편을 이론으로 이기기 위해 상대편의 사고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 대는 논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4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채무와 관련해 한 말을 보면서 떠올린 단어가 '궤변'이다. 그럴 듯하게 꾸며 국민을 속이려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이 50.1% 정도 되는데,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채무 비율) 평균은 120~135%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OECD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훨씬 낮으니 자기 임기 중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본다.

그의 말은 얼핏 그럴듯하지만 속속들이 파고들면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가 흔히 선진국 클럽으로 통한다. 그런데 OECD에는 우리나라도 가입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보다 경제규모가 적은 나라도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 ,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 외에 헝가리, 리투아니아, 멕시코, 터키, 폴란드 등도 회원국이다.

홍 부총리가 말한 선진국이란 도대체 어느 나라를 말하는지 묻고 싶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한국이 세계 10대 교역국이라며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홍 부총리의 발언은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고 따라서 국가 채무비율이 50%를 넘었지만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니 나 홍남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의 전매특허인 '내로남불'이 여기서도 발견된다.

그의 논리를 따르자면 홍남기 부총리는 국가채무 증가를 용인한 개발도상국의 부총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세계 10대 경제대국,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하려는 선진국 한국의 경제부총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12월11일 취임했다. 1246일째 재직하고 있는 장수 장관이다. 종전 최장수 장관인 윤증현 장관의 재임기간(842일)을 훌쩍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추이. 사진=e-나라지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추이. 사진=e-나라지표

그의 취임 전 30%대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0%로 급등했다.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 해인 2017년 국가채무 비율은 36%였는데 홍 부총리가 경제수장 자리를 맡은 2018년에는 35.9%로 조금 낮아졌다.

홍 부총리가 2019년 4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앞으로도 국가 채무 비율 40% 선을 유지하겠다"고 보고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뭐냐"고 묻자 목표 선을 50%로 수정했다. 그해 국가채무비율은 37.6%로 올라갔다. 2020년 43.8%, 2021년 47%로 급상승했다.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은 빚을 많이 끌어썼다는 뜻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7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국가채무를 늘리는 데 앞장섰다. 

더 따져봐야할 것은 비율이 아니라 절대금액이다. 문재인 정부 동안 국가채무 절대액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새겨봐야 한다. 해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경제규모가 커진다. 따라서 국가채무가 늘어나도 경제규모가 더 빠른 속도로 커진다면 국가채무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 원에 비해 5년 사이에 408조1000억 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1년에 80조 이상씩 늘어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홍 부총리는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책임을 모면하려 하는 듯했다.  홍 부총리는 "7차례 추경은 코로나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부침이 있었지만 되돌아가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항변'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정치권이 추경을 요구할 때마다 처음에는 재정 건전성 우려를 들어 반대하는 척했지만 결국 모두 수용했다. 정치권 요구에는 항상 꼬리를 내려놓고 '불가피했다'는 말 한마디로 빠져나가려 한다.

그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실현하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기재부는 2020년 10월 국가 채무 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진척이 없다. 진척이 있었더라면 국가채무가 이처럼 폭증했을 리가 없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준칙의 법제화를 용인했을 리도 만무하다.

그는 아마도 '홍두사미' 혹은 '홍백기'라는 시중유언이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홍두사미는 홍남기와 용두사미를 합친 말이다. 홍백기는 홍남기와 백기를 합친 말이다. 둘 다 지조없음을 비아냥거리는 것임을 그도 알 것이다. 그가 지조를 지켰으면 이렇게 장수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그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은 퇴임을 닷새 앞두고 국가 채무 비율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인정한 데서 확인된다. 그는 "국가 채무의 절대 규모는 양호하지만 채무 비중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여기에 각별히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혈세를 내야하는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데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경계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줄일 것인지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게 퇴임을 앞둔 경제수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가 성장 엔진을 살릴 수 있는 해법을 고심하는 흔적이라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면피성 발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윤석렬 정부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홍남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선진국 한국의 경제수장이면서 필요할 때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모면하려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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