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국 GDP 추월과 윤석열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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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한국 GDP 추월과 윤석열 정부의 과제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5.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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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견했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한 게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대만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노력이 이런저런 이유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를 점에서 한국의 정책 당국은 깊이 반성하고 산업전략,외교전략을 새로 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대만 경제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TSMC. 사진=TSMC
대만 경제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TSMC. 사진=TSMC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5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 4994달러로 내다봤다. 지난해(3만 4800달러)와 견줘 194달러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대만은 1년 전보다 6%(2200달러) 이상 증가한 3만 6051달러로 예상했다.

IMF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한국의 GDP는 2003년 이후 19년 만에 대만보다 낮아진다.

한국과 대만의 GDP 역전은 비단 IMF만 예상한 게 아니다. 국내에서 재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미 예상한 일이어서 놀랄 일은 아니지만 입맛은 쓰다. 전경련은 "2025년쯤 대만과 한국의 1인당 GDP가 역전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IMF 전망은 역전 시점을 3년 앞당겼을 뿐이다. 

근 20년 만에 대만의 1인당 GDP가 중국 눈치를 보며 홀대한 한국을 앞지른다고 하니 대만 국민들의 기쁨이 얼마나 클 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대통령)은 지난 4일 집권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예측치를 인용해 "올해 1인당 GDP가 3만 6000달러를 넘겨 19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차이 총통은 "대만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회를 잘 살려 11년 만에 가장 좋은 성장률을 거뒀다"면서 "모든 대만인이 바이러스 방역에 협조하고 정부도 경제 구조를 적시에 개선했다"고 밝혔다.

대만 1인당 GDP의 한국 추월은 그간의 성장률을 보면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대만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2020년 3.4%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6.3% 성장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GDP 성장률은 각각 -0.9%, 4%였다. 한국은 경제가 위축됐다가 살아났다. 

인구가 두 배 이상이고 반도체부터 조선과 철강 등 중후 장대 산업을 고루 갖춘 한국의 1인당 GDP가 대만을 밑도는 이유는 뭘까? 답은 그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78만 명, 대만은 2357만 명이었다. 한국 경제는 대만의 절반 밖에 생산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해답은 한국 주력 산업의 부진, 대만 주력 산업의 활약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민주노총이 지배하는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에 따른 인력부족, 잦은 파업 등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 흐름에 올라타 급성장하면서 대만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나라의 주력 산업은 반도체다. 반도체 산업의 간판 기업은 한국은 삼성, 대만은 TSMC다. 메모리 반도체의 맹주인 삼성은 한국 GDP와 수출에서 대략 25%를 차지하는 대기업이다. TSMC는 비모메모리 반도체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삼성전자가 이끄는 메모리 분야에서 TSMC가 주도하는 비메모리 분야로 넘어가면서 TSMC가 고속 성장하면서 대만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14조 대만달러(미화 4749억 9000만 달러,약 607조 원)으로 삼성전자(약 455조 원)보다 30% 이상 많다.  대만의 한국 역전은 TSMC의 기업 가치가 삼성전자를 앞지른 2019년 11월부터 이미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TSMC는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매출 4910억 7600만 대만달러(미화 175억 7000만 달러,약 19조 원), 영업이익률은 45.6%를 기록했다. 1분기 호실적의 원인은 고성능 컴퓨팅(HPC)과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 덕분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매출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스마트폰 수요 전망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편이다. 그럼에도 TSMC는 2분기 매출 5068억 8000만 대만달러~5241억 6000만 대만달러(176억~182억 달러), 영업이익률 42~44%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7조 7800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전자

하나금융투자의 김경민 연구원은 TSMC의 독주를 점친다. 그는 "3나노 미터 공정 생산 계획을 기존대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3나노 미터 공정 양산을 시작해 매출은 2023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N3보다 생산비용을 낮추고 성능을 높인 N3E 나노 양산은 N3(3나노 미터) 1년 후(2023년 하반기 예상)로 계획됐다고 전했다.

이뿐이 아니다. 대만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도 많다. 한 예가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이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이 퀄컴이나 삼성전자의 최고급 AP보다 좋다는 시험결과가 공개됐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전후해 중국을 떼어내는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친중 반미를 외치는 한국 정부보다는 미국에 우호의 태도를 보이는 대만을 품에 안았다. 기술이야 TSMC나 삼성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중요한 변수는 친미 혹은 미국 우호였다. 대만은 미국의 선택을 받았고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성주 배치 당시 중국의 눈치를 봤다. 문재인 정부는 '친중 반미 반일' 외교노선을 일관되게 걸었다. 그 결과물이 한국과 대만의 GDP 역전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육성과 4차 산업 혁명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 적어도 적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주도의 세계 공급망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등 총력을 다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섬나라 약소국 대만에 뒤진 1인당 GDP  순위를 되찾을 길은 요원할 것이다. 새정부의 전략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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