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가격지수 소폭 하락...곡물은 내리고 설탕은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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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가격지수 소폭 하락...곡물은 내리고 설탕은 오르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5.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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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 4월 세계 식량가격지수 0.8% 하락...3월은 '역대 최고'"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세계식량가격지수가  4월 소폭 내렸다.그래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치솟은 곡물과 유지류는 다소 하락했으나, 설탕과 육류, 유제품은 상승했다.

밀과 옥수수 등 세계 곡물 가격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의 사료, 비료, 가공식품과 외식 등 생산과 소비 전반에서 물가를 높여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자극함에 따라 물가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등 경제전반에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 추이. 사진=FAO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 추이. 사진=FAO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는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58.5로 3월(159.7)에 비해 0.8% 하락했다고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달다마 발표한다.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990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전년 동월(122.1)에 비해 29.8% 상승한 수준이라고 FAO는 밝혔다. 또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월(93.6)과 비교하면 무려 69.3%나 높다. 

품목군별 식량가격 지수. 사진=FAO
품목군별 식량가격 지수. 사진=FAO

식량가격지수 중 곡물가격지수는 169.5로 3월(170.1)보다 0.4% 하락했다. FAO는 "옥수수 가격이 남미에서 수확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곡물지수가 조금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밀은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항구 봉쇄가 계속되고 미국 내 작황이 부진하면서 0.2% 상승했다. 반면, 인도와 러시아의 예상 이상으로 수출을 늘려 곡물 가격 상승 폭은 제한됐다.  쌀은 중국과 근아시아 지역 수요 증가에 따라 3월에 비해 2.3% 올랐다.

유지류지수는 3월(251.8)보다 5.7% 하락한 237.5를 기록했다. 팜오일과 해바라기유, 대두유 가격 하락에 3월 상승분의 약 3분의 1이 날아갔다고 FAO는 설명했다. 팜오일 가격은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중단으로 하락 폭은 제한됐다. 

마시모 토레오 쿨렌 FAO 수석이코노미스트(페루 퍼시픽대 교수).사진=FAO
마시모 토레오 쿨렌 FAO 수석이코노미스트(페루 퍼시픽대 교수).사진=FAO

마시모 토레오 쿨렌(Maximo Toreo Cullen)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지류 지수하락은 특히 저소득 식량부족국에게는 안도의 소식이지만 식량 가격은 여전히 최근 고점에 육박하면서 지속하는 빠듯한 시장상황을 반영하면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의 식량안보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설탕지수는 121.8로 3월(117.9)보다 3.3%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FAO는 "에탄올 가격이 높은 데다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 상승, 브라질의 2022년 수확 부진에 대한 우려가 가격을 떠받쳤다"고 설명했다.

미국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설탕을 비롯한 상품 가격은 미국달러 가치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헤알화의 강세는 곧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그만큼 설탕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FAO는 또 주요 설탕 수출국인 인도의 예상을 웃도는 수출 가능성은 글로벌 수급전망을 뒷받침하면서 가격상승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육류지수는 121.9로 3월(119.3)보다 2.2%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금류와  돼지,쇠고기 가격 상승 탓이다. 가금류 가격은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 북반구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을 받아 상승했다. 양고기는 소폭 내렸다.

또 유제품 지수는 147.1로 3월(145.8)보다 0.9% 상승했다. 유럽과 오세아니아주의 우유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밑돌면서 전세계 수급이 빠듯해진 게 영향을 미쳤다.버터 가격은 해바라기유와 마가린 부족,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역대 최대로 올랐다.

FAO는 2021~2022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9억9300만t으로 2020~2021년도 대비 0.8%(2억2600만t)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곡물 소비량은 278억4900만t으로 0.9%(2억6000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교역은 전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옥수수와 조곡은 거래가 감소하겠지만 쌀 거래는 3.8% 늘고, 밀은 1% 증가할 것으로 FAO는 내다봤다.

세계 식량가격지수 변동은 곡물과 유지류 등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717만t(2020년 기준)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대 곡물 수입국이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다.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대두유 등의 대외의존도 또한 높다.  지난해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32위에 머물렀다. 이런 가격변동성은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생산자를 위한 대책에 주력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세계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가격 상승,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업계와 주요 곡물 재고와 시장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대응 조치를 하고 있다.

농심품부는 농가와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내리고 사료곡물 대체 원료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는 할당물량을 늘렸다. 겉보리는 6만t에서 25만t으로, 소맥피는 3만t에서 6만t으로 각각 증량했다. 긴급 수입 물량에 대해 사후 검사 등으로 절차를 보완해 통관을 간소화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정된 신량 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장기로는 수입 의존도가 큰 밀과 콩 등의 국내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비축량도 늘리겠다"면서 "아울러 민간 기업을 통한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 등 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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