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거덜 낸 관련자들에 책임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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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거덜 낸 관련자들에 책임 물어라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5.1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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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1분기 역대 최악인 7조 8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고 한다.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증가 탓이라고 한다. 이래도 가다간 올해 손실규모가 3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았다.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전기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손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물론이요 한전 최고경영자(CEO) 어느 곳도 사과 한 마디 않는다. 민간 기업에서 이런 정도의 손실을 내고 그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데도 그 자리을 지킬 수 있는 CEO나 경영자는 아무도 없다.

한국전력 로고
한국전력 로고

한국전력은 지난 13일 공시하나로 주식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 16조 4641억 원,영업이익 7조7869억 원의  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것이다. 그동안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오르고 있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어도 이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적자 주범은 '비용'이었다. 공시에 따르면, 전력 판매 수익은 판매량 증가에 7.6% 증가한 15조3784억 원에 이르렀다. 반면, 자회사 연료비(7조6484억 원)와 민간 발전사 전력구입비(10조5827억 원)는 각각 92.8%(3조 6824억 원), 111.7%(5조 5838억 원) 급증했다.

2022년 1분기 한국전력 연결 요약 손익계산서. 사진=한국전력
2022년 1분기 한국전력 연결 요약 손익계산서. 사진=한국전력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이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비용이 전력구매 비용이 늘어난다면 영업적자는 불을 보듯 훤하다.

연료비가 증가한 것은 LNG와 석탄 등 연료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고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의무비율이 상향된 결과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LNG와 유연탄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다. 한전이 어찌할 수 없는 외생 변수다. 

그렇더라도 이 두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불행하게도 한전은 정부의 정책을 순종했다. 탈원전 정책을 앞장서 따르고 지난 5년 내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 발전소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순응해 가동을 중단하거나 발전비중을 낮췄다. 

대신 LNG와 신재생 발전을 늘렸다. 국제 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어 국제유가가 오르면 LNG가격도 자연스레 오른다는 것을 한전 경영자치고 모르는 사람은 없다. LNG 가격은 지난해 1분기 t당 54만7600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132만 750원으로 142%, 유연탄은 t당 89.4달러에서 260.6달러로 191% 급등했다.

반면 한전이 가정과 공장 등에 전기를 파는 가격(전력판매단가)은 kWh당 107.8원에서 110.4원으로 2.4% 인상했을 뿐이다.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전력구매단가는 kWh당 180.5원으로 1년 전(76.5원)의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국전력 실적 추이와 전망. 사진=키움증권
한국전력 실적 추이와 전망. 사진=키움증권

이러니 적자가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한전 경영에 골병이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이대로 간다면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는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를 29조 521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8조2310억 원 적자,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등은 22조~23조 원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이 추정한 적자규모는 지난해의 근 다섯 배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한전 주가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다. 현재 주가는 2013년과 비슷하고 고점을 찍은 2016년 5월 말 수준에 비하면 3분의 1을 약간 웃돈다. 10년 동안 헛장사를 한 셈이 아니고 무엇일까? 

한전은 보유 부동산과 해외 석탄발전소를 팔고 보유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남기고 나머지를 매각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책일 뿐이다. 근본 대책은 유상증자, 발전단가 인하와 전기요금 현실화일 것이다.한은 최대주주인 정부와 산업은행이 한전에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전례가 없다. 따라서 발전단가 인하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다시 늘리고 전기요금 현실화 즉 원료값이 오르는 수준만큼 전기요금을 올리는 한편, 자구책을 강구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한전경영을 이렇게 둔다면 천문학적인 적자는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거나 세금을 쏟아부어 메울 수밖에 없다. 3분기 이후 전기요금의 대폭 추가 인상이 없다면 올해 한전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규모 영업적자와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

아울러ㅗ 한전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경영진에게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한전 경영진이든 청와대 참모든 도 사과하거나 반성 한 마디 한 사람은 없다. 주가 폭락에 피해 입은 한전 주주들이 한전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탈원전 부담을 한전에 덮어씌운 청와대 참모들과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에너지 담당 관료들, 정부 압박에 저항하긴커녕 부당한 지시를 앞장서 이행한 한전 경영진에게 응분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 혈세를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닐까.  

대법원은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으로 발생한 손해를 경영진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지 않았는가?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경제개혁연대와 주주들이 서종욱 전 대표·박삼구 전 회장 등 대우건설 옛 등기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주주대표 소송이란 경영진의 불법·부당행위로 기업이 손해를 봤을 경우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공기업 대표로 부귀와 명예를 누렸지만 공기업 경영을 엉망으로 만들고 주가가 떨어지게 하고 결국 국민부담을 지운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한전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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