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물가 억제 의지, 한은도 빅스텝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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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물가 억제 의지, 한은도 빅스텝 밟을까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5.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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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안정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물가가 내려올 때까지 금리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이에 따라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한국은행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Fed가 기준금리를 6월과 7월 0.50%포인트씩 올리고 한국은행이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거나 0.25% 올리는 데 그친다면 금리역전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도 0.50% 인상을 단행하는 '빅스텝(Big Step)'을 밟을지가 금융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통위 위원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사진=IMF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사진=IMF

18일 CNBC 보도에 따르면, 파월 Fed 의장은 17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물가가 건강한 수준까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것이 중립 금리로 널리 인식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포함한다면 우리는 그 일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2.5% 수준'으로 추정되는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상의 금리수준'을 말한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금융여건이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는 것을 보기 시작하는 데 있다고 느낄 때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 지점까지 갈 것이며 주저함이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Fed는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0.75% 포인트 인상은 "적극 고려하는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0.50%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시장에서는 6월과 7월에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이 물가 인상 의지를 거급 밝히는 것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월 8.5%에 이어 4월 8.3%로 나오는 등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FOMC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Fed 유튜브 캡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FOMC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Fed 유튜브 캡쳐

파월 의장은 강력한 미국 소매판매 지표를 언급하면서 경제와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면서 "미국 경제가 덜 완화적이거나 긴축 통화정책에 잘 견딜 수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약간 올라가더라도 여전히 노동시장은 강력할 것"이라면서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으로 향하는 길이 많이 있다"고 자신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 12일 마켓플레이스 인터뷰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를 수 있으며 '경제 연착륙'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파월은 연착륙을 노동시장을 강하게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면서 "이는 달성하기가 도전이 되는 일이며,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도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매우 낮고 노동시장은 아주 빡빡하며 인플레이션은 매우 높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월과 같은 3.6%이었는데 이는 사실상 완전 고용(실업률 4% 미만)에 해당한다. 미국은 현재 구직자 1명 당 일자리 두 개가 생길만큼 노동시장이 활황을 보여 인건비가 상승하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 추이. 4월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0%이다.사진=한국은행
한국 기준금리 추이. 4월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0%이다.사진=한국은행

파월의 발언의 불똥은 한은으로 튀는 모양새다. 26일 금통위를 여는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달 1.5%로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오는 26일에도 1.75%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적은 있지만 0.5%포인트 인상한 적은 없다. 시장에서는 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폭, 물가지표 등을 확인한 이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점친다. Fed가 잇따라 빅스텝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를 현재 1%에서 2%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한은은 5월과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올려야 동률을 맞출 수 있지만 한은은 상황을 봐가면서 알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금리차 역전에 대해 "향후 빅 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그런 것들을 종합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고 7∼8월 경제 상황,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8%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적어도 두 차례 이상 50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란 점은 시장에 반영돼 있다"면서 "우리나라 상황은 미국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미국과의 금리 차만을 염두에 두는 것보다는 성장, 물가 등을 보고 그에 맞춰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공행진하는 금리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올들어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한은 전망치인 3.1%를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4월 물가는 전년 같은달에 비해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계서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은행은 최근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6%로 전망한 것은 한 사례다. 이 때문에 한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한은이 이달을 포함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해 연말에는 2.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기준금리가 연말 2.5~3.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 시계는 빨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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