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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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1.75%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5.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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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 5%대 전망...기준금리 추가 인상 나설듯
전문가 연 2.75%에서 인상 마무리 전망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으로 올렸다.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6월과 7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5%씩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밟을 것을 감안한 조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랐다. 2개월 연속 금리를 인상한 건 2007년 7·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이다.

한은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3.1%에서 4.5%로 올려 잡으면서 2011년 7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4%대를 내놨다. 이는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한은도 기 통화긴축 고삐를 계속 죌 것으로 보이면 오는 7월에는 기준금리가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시중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을 모은 젊은 층들의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 포인트 상향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 포인트 상향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것이다. 연 1.75%는 2015년 3월과 같은 수준이다. 한은은 2015년 3월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에서 0.25%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인 0.50%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11월과 올해 1월, 4월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이달에도 추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9개월 만에 0.50%에서 1.75%로 상승했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물가 상승과 미국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영향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8% 급등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3.3%를 나타냈다. 앞으로 1년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가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시차를 두고 임금과 상품 가격 등에 반영돼 실제로 물가가 올라가는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웃도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회의(Fed)의 향후 금리인상도감안했다. Fed는 지난 4일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시 금리 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차이는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좁혀졌다. Fed가 이미 예고한대로 6월과 7월에 추가로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미간 금리 역전이 발생한다.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4%대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를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한국(1.75%)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다소 커졌다. 

한은은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1.4%포인트 올렸다.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될 경우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조정했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져든다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물가상승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 비교.사진=신한금융투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물가상승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 비교.사진=신한금융투자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지는 만큼 한은은 앞으로도 금리 인상을 해야 할 판이다. 올해 남은 7월과 8월, 10월과 11월 등 4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만 올려도 기준금리는 2%에 진입하고 4번 모두 0.25%포인트씩 올린다면 1%포인트가 그냥 올라간다. 이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최대 2.75%로 상승한다. 

금통위는"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더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과 물과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지정학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 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추가 인상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은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게 예상되는 만큼 선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빅스텝 등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6월과 7월에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나금융투자는 7월 금리인상과 올해 기준금리 2.25% 전망을 유지했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간 4.5% 물가 전망치를 역산하면 연말까지 매월 전달에 비해 0.2%씩 증가해야 한다"면서 "이에 전년 동월비 상승률은 8월에 발표되는 7월 지표가 피크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상훈 연구원은 "한국의 중립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중립금리 추정치를 감안할 때 2.25~2.50%로 예상된다"면서 "연말까지 남은 금통위는 4차례이며 인상 룸(여지)은 50~70bp(1bp=0.01%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도 연말 기준금리를 2.25%로 상향 조정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코멘트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대응이 맞는 방향이라고 시사한 만큼 당초 우리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5%대 물가 상승세가 전개되고 그에 따 른 기대인플레 추가 상승이 우려되는 3분기에도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연구원은 "7월과 8 월 연속적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안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이에 따 라 당초 2.00%로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2.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지난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8월,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연속으로 올려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2.5%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 1월 추가 인상과 함께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은 2.75%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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