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발 물가 폭등...5월 근 14년 만에 5% 넘어
상태바
상품발 물가 폭등...5월 근 14년 만에 5% 넘어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6.03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대책에도 6% 가능성

소비자물가가 14년 만에 5% 이상 상승했다.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과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규제 해제로 억눌린 소비가 풀린 탓이 크다. 물가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처방전을 내놓았지만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해 많은 돈을 풀고 있어 물가 고삐는 잡히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6월에는 물가상승률이 6%벽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옥수수 등 곡물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월에 근 16년 만에 5%를 넘어섰다.사진은 서울 용산의 한 대형 마트 판매대. 사진=박준환 기자
옥수수 등 곡물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월에 근 16년 만에 5%를 넘어섰다.사진은 서울 용산의 한 대형 마트 판매대. 사진=박준환 기자

3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전달에 비해서는 0.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6.7% 상승했다. 이중 식품은 7.1%, 식품외는 6.4% 각각 상승했다.신선식품지수는 전달에 비해 2% 내렸으나 전년 동월에 비해 2.5%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석유류(34.8%)를 포함한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5.1%)가 이끌었다. 두 부문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무려 82%에 이른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휘발유(27%)·경유(45.8%) 가격이 일제히 오른 영향이 컸다.

게다가 억눌린 소비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외식 물가(7.4%)도 크게 뛰면서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했다. 지난달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폭은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크다.

5월 소비자물가동향.사진=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동향.사진=통계청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 제품을 제외하고 물가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2009년 4월(4.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달에 비해서도 0.7%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로 작용, 물가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유류세 인하·할당 관세 도입 등 각종 안정화 방안을 쏟아냈음에도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로 올라선 뒤 2월 3.7%→3월 4.1%→4월 4.8%→5월 5.4% 등 달마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불가피한 요인은 감내해야 한다"며 대응 여력의 한계를 인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급히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물가를 0.1%포인트 낮추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그마저도 역대 최대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이 풀리면 이마저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국제유가다. 유럽연합(EU)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로 공급이 부족해지만 유가상승은 불가피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유가가 최고 175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가 오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오를 수밖에 없다.

유가가 오르면 유가에 연동하는 천연가스 가격도 오르게 돼 있다.

환율도 복병이다. 미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치가 오르게 마련이며 이는 원화약세, 환율상승 요인이 된다. 환율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려 전체 소비자물가를 더욱더 자극한다. 

현재 폭등하고 있는 원유 등 국제 에너지와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 하반기에는 물가충격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5월에 이어 6,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 유가·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 압력마저 커지면 물가 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웃돈 데 이어 6~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앞으로 유가나 원·달러 환율, 식료품 가격 상승세 등에 따라 월 물가가 6%가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앞서 5월 경제전망에서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전제로 올해 물가 상승률을 연간 4.5%로 전망했다. 물가가 6%를 넘으면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여 만에 처음으로 6%대 물가를 기록한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