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발 금융위기 걱정하는 캐나다
상태바
주택 시장발 금융위기 걱정하는 캐나다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6.1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득대비 부채 350% 고도부채 가구 20%로 조사돼

지난 2~3년 사이 캐나다 주택 가격은 많이 올랐다. 저금리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론 결과다.너나 할 것없이 빚을 내 집을 샀다. 이는 저금리 시대에는 적합한 투자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펴온 캐나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면서 주택가격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의 고민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하게 돈을 빌린 차주들이 금리 인상에 두 손을 들면 경제가 폭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매물로 나와 있는 캐나다 단독 주택. 사진=파이낸셜포스트
매물로 나와 있는 캐나다 단독 주택.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지난 9일 높은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이 캐나다 경제의 양대 취약점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은행은 당일 내놓은 연례 '금융시스템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기준 금리 인상으로 상환해야 할 이자비용이 급증, 가계 부채와 주택 시장에 큰 부담이라면서 이 때문에 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팬데믹 2년 동안 캐나다 주택 가격 상승률은 평균 50% 선에 이르렀으며  이는 대부분 저금리를 활용한 가계 부채를 기반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또  캐나다 전체 가구에서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350% 수준에 이르는 '고도 부채' 가구가 다섯 가구 중 하나꼴로 조사됐다. 팬데믹 이전 고도 부채 가구의 비율은 여섯 가구 중 하나였다.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주택을 산 부동산 투자자들은 집값이 오름세를 탈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매입가보다 비싼 값에 팔아 남긴 차액으로 금융비용을 빼고도 수익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두 달 동안 캐나다 주택 가격은 연속으로 내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주택 매매량은 4월에 14% 하락한 데 이어 5월에 12% 떨어졌다. 거래량만 준 게 아니다. 주택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캐나다 전체 주택 가격은 지난 5월 전달에 비해 0.6% 하락했다. 캐나다 경제중심지 토토론토의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지난달 3% 하락해 두달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필자가 사는 몬트리올의 단독 주택가격도 5월에 1%미만 내렸다고 한다.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내렸다. 퀘벡부동산중개사전문가협회(Quebec Professional Association of Real Estate Brokers)조사겨로가다.중간 가격은 57만6000달러지만 지난해 5월에 비해 16%는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캐나다의 휘발유가격과 우윳값 등이 오르는 탓에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면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처방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무려 6.8%로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평균 3.4%의 두 배 수준이다.  식품 가격이 9.7% 오르면서 CPI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주거 비용과 서비스 비용은 각각 7.4%, 4.6%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하면 30%대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5월 물가는 더 뛰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권은 물가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BOC가 금리를 대폭 올릴 것은 자명해 보인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사진=CBC 유튜브 캡쳐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사진=CBC 유튜브 캡쳐

BOC는 지난 1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올들어 세 번금리를 올려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1.5%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0.50% 포인트나 0.75%포인트 올리는 강공을 펼 태세다. BOC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3%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차주들의 금융부담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금리인상은 과열된 주택시장을 냉각시킬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자들이 만지작거릴 카드다. 이미 몬트리올과 토론토,캐나다, 밴쿠버와 캐걸리에서는 장기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는 것을 보면 금리인상의 효과는 실로 무시하기 어렵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지난 4월 기준금리를 2~3% 범위의 중립금리 수준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물가상승과 주택가격 하락 사이에서 금리 결정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 못지 않게 경제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경제는 5월 일자리가 3만9800개 늘어나고 실업률도 5.1%로 낮아질 만큼 회복했다.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과도하게 올릴 경우 소비지출이 줄어 겨우 회복한 경제가 다시 위축되고 심할 경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대출을 많이 진 차주들이나 부동산 시장도 빙하기를 맞이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캐나다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클렘 총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가계는 대체로 양호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 무리하게 주택을 산 가계가 많아졌다"면서  "향후 금리가 오르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이들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가안정과 주택시장 연착륙, 경제성을 두루 고려금리 수준을 정하는 게 진정한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면모이리라 생각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