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1달러=140엔 갈까...구로다 총재의 결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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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1달러=140엔 갈까...구로다 총재의 결심은?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6.1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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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오늘 금융정책결정회의
엔달러 최저 135.60엔 기록...전문가 “저금리 고수 땐 추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결정 전까지 끝없이 추락하는 엔화 약세가 멈칫하고 있다. 달러당 135엔까지 내린 엔화가치는 달러당 132엔대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엔화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당국이 통화 확장 정책인 '아베믹스'를 수정하지 않는 한 올가을 1달러당 140엔대까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일간 금융정책 차이에서 발생하는 엔화가치 약세는 일본의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고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나쁜 약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끝내면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는다. 사진은 지난 7월16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아사히신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는다. 사진은 지난 7월16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아사히신문

17일 일본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방송에 따르면,이나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132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는 16일 1달러는 132.10~20엔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에 비해 엔화가치가 1.65엔 상승하고  환율은 내렸다. 

이는 일본 경제의 호조보다는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차익 매수가 우세한 데 따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NHK에 "미국이 긴축속도를 높이면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은 일본은행이 오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Fed가 15일 금리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엔화 약세는 지속됐다. 지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35.60엔까지 떨어지며 약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13일 한때 135.22엔까지 오르는 등 엔화 가치가 연일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엔화의 추락은 미국이 5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한 소비자물가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난달 초 0.50% 올린 게 방아쇠를 당겼다. 반면,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그러니 엔화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엔화 가치 하락의 부작용은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의 수입품 가격은 상승하고 물가가 오를 수 있다. 물가상승은 소비는 부진한 데다 임금도 오르지 않고 있는 일본 경제를 나락으로 밀어넣을 공산이 크다. 

둘째, 엔화가치 하락은 원유 등 막대한 에너지와 농산물을 수입하는 일본의 수입비용을 늘려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남은 것은 엔화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냐다. 마쓰이증권의 구보타 도모이치로 선임 분석가는 최근 요미우리신문에 "미국의 물가 상승 속에서 엔화 약세 흐름이 바뀌기 어렵다. 일본은행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올가을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와 BOJ도 한국처럼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택 담보 대출 등의 금리가 동반 상승해 소비 부진을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BOJ가 단기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를 0%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BOJ는 이날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다. 그렇지만 결정은 미국은 물론,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과는 정반대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엔화 약세가 이어지거나 약세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BOJ도 통화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반명해  장기금리가 정책금리 상단(0.25%)을 넘어섰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율은 이날 0.265%로 전날보다 0.010%포인트 상승하면서 6년 반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니혼게이자이와 재팬타임스 등은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년 만에 처음으로 BOJ가 목표로 하는 2%대에 이미 올라섰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핵심 요소인 만큼 현 물가 수준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규모 금융완화 방침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OJ의 나홀로 행보는 일본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어 일본 금융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 나설 구로다 총재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엔화 약세와 관련해 구로다 총재는 "경제에 마이너스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수영 기자 isu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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