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식량·비료 수출제한 57건…국내 식량 공급망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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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식량·비료 수출제한 57건…국내 식량 공급망 교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6.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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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조치로 식량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 식품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안정된 식량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용산의 한 마트에 진열된 각종 식용유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수출제한조치로 각종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사진=박준환 기자
서울 용산의 한 마트에 진열된 각종 식용유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수출제한조치로 각종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사진=박준환 기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식량 수출제한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조치는 57건으로 이 중 45건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두 나라는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주요 수출국인데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항구가 봉쇄되고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수출이 제한되고 있다. 

주요국 밀과 옥수수 수출제한 현황. 사진=한국무역협회
주요국 밀과 옥수수 수출제한 현황. 사진=한국무역협회

주요 품목 수출 제한조치는 소맥(밀)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이었다. 밀 수출 제한은 수출금지 14건, 수출허가제 3건, 관세 1건으로 나타났다.소맥 수출을 금지한 14개국 중 2020년 소맥 수출액 순위 상위권 국가 다수 포진돼 있다,. 러시아(1위), 우크라이나(5위), 카자흐스탄(9위) 등으로 우리나라는 소맥 수입 의존도 상위 5개국 중 우크라이나에서만 수출제한조치를 적용 받고 있다. 

옥수수는 수출금지 5건, 수출허가제 1건 적용 중이다. 러시아가 일시 옥수수에 특별 수출 관세를 부과했지만 4월19일자로 종료됐다. 우리나라에 대한 옥수수 수출제한조치를 부과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팜오일은 수출금지 4건, 수출허가제 2건, 관세 1건으로 나타났다.대두유는 수출금지 8건, 수출허가제 1건, 관세 1건으로 조사됐다.우리나라의 대두유 수입 의존 2위국이자 세계 최대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일시 수출금지조치 부과 후 수출관세를 31% → 33%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제한에 따른 식량 공급망 교란 영향. 사진=한국무역협회
수출제한에 따른 식량 공급망 교란 영향. 사진=한국무역협회

우리나라는 원료곡물의 80%를 수입하고 이를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에 이르며,  소맥과 옥수수, 팜유와 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농림수산성 해외 곡물자급률 통계(2018년 수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72개국 중 130위, OECD 38개국 중 33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곡물 재고량도 큰 폭으로 하락해 2021년 잠정치가 2017년 대비 150만t 감소했고 올해 국내 곡물 재고 전망치는 340만t으로 이집트(430만t)와 필리핀(460만t)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수출제한조치는 식량 공급망을 교란해 무역수지, 기업 채산성과 인플레이션 악화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국제 곡물·유지 가격은 연초와 견줘 각각 20.6%, 27.8% 상승했다. 특히 원화 기준 국내 식량 가격은 달러 기준보다 10% 이상 크게 상승해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가공 산업의 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완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아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식량 공급망 개요.사진=한국무역협회
국제 식량 공급망 개요.사진=한국무역협회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제한조치 부과국에서 수입하는 식량 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 가량이지만 수출제한에 의한 국제 가격 상승이 수입 식량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비료도 수출제한조치로 가격이 상승하고 도입 물량이 감소하면서 식량 부문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관분석 가격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수출제한조치로 상승한 식량과 비료 수입가격이 농림수산품과 음식료품 대부분 품목의 물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초래했다. 수출제한 이후 곡물, 유지와 비료 가격이 각각 45%, 30%, 80% 상승함에 따라 사료(13.6%), 축산(8.2~8.4%), 육류(6.0%), 가공 식료품(6.1%)의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식량작물과 채소·과실의 가격도 각각 3.9%, 3.2% 올라 농산품 가격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나율 무역협회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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