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값·국제유가 하락,경기침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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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값·국제유가 하락,경기침체 전조?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6.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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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 전망 나와
수요감소시 상품가격 하락 불가피

경기지표로 활용되는 금속과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건축자재와 건설자재, 전기차 소재등 다방면에 쓰여 경기를 재는 잣대로 쓰인다고 해서 '박사 금속'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Dr Copper)가 원유가격이 급락해 경기침체의 전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강도높은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

중국 푸젠성 샤먼에 있는 곰과 싸우는 황소상. 황소는 주식 등의 상승을, 곰은 하락을 상징한다. 최근 구리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사진=차이나뉴스
중국 푸젠성 샤먼에 있는 곰과 싸우는 황소상. 황소는 주식 등의 상승을, 곰은 하락을 상징한다. 최근 구리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사진=차이나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가격은 22일(현지시각) 1년여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구리 7월 인도분 선물(HGN22)은 이날 전거래일에 비해 약 2.4%(9센트) 하락한 파운드당 3.94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조사회사 팩트셋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리 7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0.76% 떨어진 파운드 당 3.9835달러(달러당 약 878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0개월 사이에 최저가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기동 가격도 내려갔다. 이날 현금결제 즉시인도 전기동 가격은 전날에 비해 3.01% 내린 t당 8729달러를 기록했다. LME 전기동 가격은 지난 15일 t당 9257달러에서 16일 9105달러, 17일 9101달러로 한 주를 마친 데 이어 20일 8875달러로 하락했다가  21일 9000달러를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강도높은 긴축으로 경기침체가 생기면서 원유수요가 줄 것이라는 관측에 22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석양을 배경으로 원유 채굴 펌프의 당키헤드가 서 있다. 사진=러시아투데이
미국 등 주요국의 강도높은 긴축으로 경기침체가 생기면서 원유수요가 줄 것이라는 관측에 22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석양을 배경으로 원유 채굴 펌프의 당키헤드가 서 있다. 사진=러시아투데이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날 다른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3%(3.33달러) 하락한 배럴당 106.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101.53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지난달 12일 이후 최저가다. WTI가 배럴당 101달러까지 내려간 것은 한 달 반 만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평가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2.5%(2.91달러) 떨어진 배럴당 111.7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14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구리와 원유 등 상품 가격이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와 연관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단행하는 고강도 긴축이 경기침체를 낳아 상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는 수요감소 염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이날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탓에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50%로 상향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통화 긴축을 계속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 침체없이 경제의 연착륙을 달성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결정했다. Fed 기준금리 인상폭 추이. 사진=CNN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결정했다. Fed 기준금리 인상폭 추이. 사진=CNN

앞서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지난 20일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은 완만하지만 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국 성장률이 올해 1.8%에 이르지만 내년에는 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는 미국 경제가 올해 4분기부터 6분기 연속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는 미국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3.4% 올리고 내년에는 3.5%에서 3.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상업은행 뱅크오브어메리카(BofA)는 지난 17일 투자자 서한에서 내년에는 미국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fA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할 확률을 40%로 봤고 2024년에도 '완만한 반등'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Fed는 지난 15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했으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7월에도 0.50%포인트나 0.75%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가치 상승을 낳아 달러로 거래되고 표시되는 구리와 원유, 곡물 등 각종 상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은 구리 가격 하락에 대해 최대 소비처인 중국이 코로나 봉쇄지침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부동산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 15일 Fed가 5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한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28년 사이에 처음으로 0.75%포인트 올리면서 구리를 비롯한 광물 등 상품시장 전반이 약세로 돌아섰다고 풀이했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하면서 예상을 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장 예상치인 -0.7%는 물론 4월(-9.9%)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4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우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 2020년 2월(-13.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도시 수도 상하이에서 기업들이 조업을 재개하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최악을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내수 경기를 나타내는 소매지표가 석달 연속 마이너스에 머물면서 경제성장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소매판매는 5월 전년 동월에 비해 6.7% 감소하며 석달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시장 예상치(-7.1%)는 물론 4월(-11.1%)의 수치는 웃돌았지만 여전히 뒷걸음질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업생산과 소비 활성화가 필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곧 구리수요도 둔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상품 가격은 하락은 곧 상품 관련 기업 수익성 하락과 주가 하락을 초래하며 경기침체를 재촉한다. 실제로 이날 뉴욕주식시장에서 에너지 업종 관련주는 4.2% 내렸다. 메이저 석유업체인 엑슨모빌은 약 4% 떨어졌고 정유사인 마라톤오일과 코노코필립스 주가는 각각 7.2%, 6.3% 정도 하락했다.

스위스쿼트은행의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선임 분석가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충격은 유가 랠리를 멈추게 해서 WTI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끌어내리고 이상적으로는 200일 이동평균선인 배럴당 92달러까지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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