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플라스틱 제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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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플라스틱 제로 시동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6.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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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2025년부터 수출금지

캐나다 연방정부가 최근 결단을 내렸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캐나다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국내 판매를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출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한 캐나다 쇼핑객이 플라스틱 백이 물건을 담아 승용차 트렁크에 넣고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CBC
한 캐나다 쇼핑객이 플라스틱 백이 물건을 담아 승용차 트렁크에 넣고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CBC

태평양에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해양 동물들이 쓰레기를 먹고 폐사한 사례를 본다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따른 경제봉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과 각종 상품의 배달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동시에 음식과 상품들을 포장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이런 제도를 도입해 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12월부터 비닐봉투와 빨대, 플라스틱 수저와 포크, 그릇, 음료수병 묶음 고리 등 6개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의 제조와 수입을 금지한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의료목적으로 활용되는 비품이나 장애인을 위한 빨대는 예외로 했다.

스티븐 길보(Steven Guilbeault) 연방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날  퀘벡시티의 세인트 로런스강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는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 백, 스티로폼 포장용기를 수입하거나 제조하는것을 금지하고 내년 말에는 판매를, 2025년 말에는 그것들의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길보 장관은 "우리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우리는 활동가들이 추가로 필요한 조치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길보 캐나다 연방정부 환경기후변화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CBC
스티븐 길보 캐나다 연방정부 환경기후변화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CBC

쥐스땡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하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2019년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 및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캐나다에서 매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되지만 재활용이 낮고 나머지는 하천과 바다로 배출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오는 2030년을 플라스틱 폐기물 흐름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것을 목표연도로 정해놓았다. 그만큼 캐나다 산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해변과 강, 습지와 숲 할 것 없이 어느 곳에나 쓰레기가 널려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캐나다 내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 쇼핑백은 155억개, 커피를 젓는 플라스틱 스틱은 30억 개, 플라스틱 포크는 45억 개, 플라스틱 빨대는 58억 개, 음료수 6개 묶음고리(링) 1억8300만 개, 일회용 포장용기 8억500만개가 사용된다.

플라스틱 백과 포장용기, 빨대는 캐나다 해안선과 해변 청소를 할 때 병과 병뚜껑, 담배꽁초 등과 함께 가장 흔히 발견되는 10대 품목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율은 8%에 그치고 있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캐나다가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약 10% 미만만 재활용된다. 이는 곧 연간 330만t의 플라스틱이 강과 바다로 내버려진다는 뜻이다. 

캐나다 연방정부도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21년 플라스틱을 독성물질로 분류하고도 전면 금지조치를 시행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과학적 평가가 지연되는 탓이었다. 이번에는 캐나다 정부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2024년 하반기까지 플라스틱 제품의 국내 판매금지를 마무리하고 2025년 말에는 캐나다 외부로 반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도 최소화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수출금지법'을 발효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캐나다는 세계에서 최초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수출을 금지한 국가가 된다. 

CBC캐나다 등 캐나다 언론들은 연방정부의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캐나다 CBCS는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캐나다 산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앨 가능성은 커 보인다.

물론 이번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이 '반쪽짜리' 규제안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있다. 새러 킹 그린피스 캐나다 지부 해양프라스틱 부문 대표의 말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크다. 킹 대표는 "6개품목 금지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캐나다가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는 길보 장관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킹은 "6개 품목은 지난 2019년 캐나다가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단 5%일 뿐"이라면서 "이는 새발의 피"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활용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는 유일한 길은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맞는 말이다. 동시에 비플라스틱 포장재와 용기 등을 소비자와 판매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대안도 필요하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강제하는 정책을 도입해 플라스틱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소매업체들 중 정부보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있다. 온타리오주 소비스(Sobeys)는 2020년 계산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백을 없앴다. 월마트도 지난 4월 따라했다. 토론토의대형마트 로블로스(Lablaws)는 내년 봄에 플라스틱 백을 없애기로 했다.

많은 식당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고 있다. 원부자재를 일회용이 아닌 용기로만 납품받는 식당 체인도 등장했다.  

캐나다 산과 강,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은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 그리고 정부와 판매업체, 생산업체, 소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연방정부의 발표는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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