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처음 내놨다. 미국의 이달에 이어 다음달에도 대폭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국은행도 다음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사상 처음 밟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고민의 골이 더욱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해 "6월 또는 7, 8월에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떨어지면 숨통이 트일 텐데 당분간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전반적으로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가 소비자물가상승률 6%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진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 달 13일 열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한미간 금리역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빅스텝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빅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다. 빅스텝을 결정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하면 연 2.50%로 올라간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가 2.25%로 오르더라도 한미간 금리 역전은 불가피하다.
국내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131.16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또 7월 전기요금을 올릴 방침이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생산단가가 올라가는 만큼 각종제품 소비자격이나 서비스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덩달아 물가도 오르게 마련이다.
추 부총리는 "전기요금 인상을 해야 한다"면서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27일 당초 예상보다 강한 물가 압력에 더불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를 반영해 연말 기준금리에 대한 눈높이를 2.25%에서 2.75~3%로 상당 폭 상향 조정했다.
한투 김예인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통상의 경우와 달리 물가와 경기 사이의 균형이 아닌 '물가가 우선이다'는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정책 운용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둔 금리인상이 지속될 듯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연구원은 "빅스텝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면서 "6월 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 인상으로 Fed의 통화 긴축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후 원화 약세가 상당히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연초 이후 원자재 가격과 통화정책에 따라 각 국 통화 가치는 차별화된 가운데 원화 약세는 유로화와 비슷한 정도였지만 6월 FOMC 이후에는 유로화 강세에도 원화는 다소 가파른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가 함께 오르는 국면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자, 금융 시장 안정 조치로 빅스텝 선택지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