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전기요금 인상, 그리고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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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전기요금 인상, 그리고 해법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6.2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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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으로 말들이 많다. 물가가 치솟는 데 공공요금인 전기를 올려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한국전력 경영진은 성과급을 반납하고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문제는 한전의적자 폭이 워낙 커 전기요금을 한두번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데 있다. 근본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해결 과정이 국민이자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

한국전력이 7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3원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감안한 조치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이 7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3원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감안한 조치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은 오는 7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분기당 3원으로 정해져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을 연간 최대 조정 폭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유, 가스, 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분기마다 책정한다. 이번 인상분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의 원가 반영 인상분 33.6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어쨌거나 이번 인상으로 지난해 7월 기준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이 256kWh였던 만큼 약 1280원을 더 내야 한다. 월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는 1535원가량이 인상된다.

원재료값이 올랐으니 제품 판매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사정을 모를 소비자들인 전기사용자들은 없을 것이다. 

한전의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한전 측은 "이번 연동제 제도개선과 3·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조정은 높은 물가상승 등 엄중한 상황에도 국제연료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또한 한전이 내놓은 수치를 본다면 고개를 끄득일 수밖에 없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7조786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전체 적자액(5조8601억 원)보다도 약 2조 원 많다. 이런 속도라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3조1397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증권사 추정도 나와 있다.일부 증권사는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전연료인 원유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으니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 같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유연탄인 호주 뉴캐슬탄은 ㎾h 당 403.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90%(139.1원) 폭등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106.8원으로 54%(69.4원)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기값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전력도매가격으로 활용되는 전력계통한계가격(SMP)은 2020년 평균 68.9원에서 지난해 94.3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202.1원까지 뛰었다.

이처럼 제품인 전기의 원가가 뛰었으면 판매가에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게 시장 원리다. 그러나 한전의 전기요금만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낮은 생산비 유지를 위해서, 혹은 물가 억제 차원에서 요금 인상을 허용하기 않았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승일 사장이 문재인 정부시절 10번 인상 요청을 했지만 한 번만 이뤄졌다고 털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한전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원전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한다면 석탄과 중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공급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들 화석연료 발전은 발전 단가가 원자력에 비해 비싸다는 게 흠이다. 그렇더라도 탈원전이 정당하고 소비자들도 지지한다면 비싼 원료값과 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그 파장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는 게 맞다. 비싼 원료값에 따른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요금인상을 통해 해결하는 길을 터놨어야 했다. 그런데 이 길이 막히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한전은 늘어나는 영업손실을 빚, 즉 채권을 발행해 메워왔다.한전은 자금 조달을 위해 4월 누적 기준 13조 원의 사채를 발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채권 발행 한계치에 도달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들어올 수입은 별로 많지 않다. 통상 조정단가가 1원 인상되면 한전의 연간 수입은 5300억 원 정도 늘어난다. 이번에 인상된 5원이 오는 12월까지 6개월간 적용된다고 해도 1조3250억 원 정도의 수입이 더 생길 뿐이다. 적자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어 증권사들의 추정치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는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에는 부족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또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궁지에 몰릴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한 만큼 '유의미한' 수준의 적자 해소는 힘들 것으로 봐야 한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현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배당을 받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한전을 보고 투자했다가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실망한 투자자들도 달래야 한다. 한전 주식을 현물로 출자한 공기관의 자본비율도 하락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기요금을 찔끔찔끔 인상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원자재값이 올라가도 반영도 못하는 기업구조를 하루 빨리 바꾸는 게 지름길일 것이다. 태양광 사업, 한전공대 등에 돈을 뿌리는 등 적자사업을 벌이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 사상 최대 매출에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가계, 기업, 정부 모두 '값싼 전기' 시대가 끝이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전기 소비자들은 전기를 아끼고 절약하는 한편,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전 문제를 강건너 불 보듯 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할 시점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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