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DP 성장률 -1.6%, '피로스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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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DP 성장률 -1.6%, '피로스의 승리'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7.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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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지방인 에피로스의 왕 피로스(Pyrrhus)는 로마와 두 번에 치른 전쟁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렇지만 많은 장수들을 잃어 마지막 최후의 전투에서는 패망했다. 이처럼 많은 희생이나 대가를 치른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이 나왔다.  '실속 없는 승리'나 '상처뿐인 영광' 쯤으로 보면 된다. 미국의 물가상승과 통화긴축, 성장률을 보면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을 길들이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쉽사리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 통계청은 지난 2020년 10월 소비자물가가 0.7% 상승했다고 밝혔고 유력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인플레이션 용이 살해됐다'는 만평을 게재했다. 사진=시드니모닝헤럴드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을 길들이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쉽사리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 통계청은 지난 2020년 10월 소비자물가가 0.7% 상승했다고 밝혔고 유력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인플레이션 용이 살해됐다'는 만평을 게재했다. 사진=시드니모닝헤럴드

우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가운데 근원PCE지수를 보자. 근원PCE물가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확한 물가 지표로 평가하는 지수로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활용되는 지수인데 하락추세가 뚜렷하다.

미국 상무부는 5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6.3% 상승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은 4월과 같았다. 전달대비로는 0.6% 상승해 4월의 상승률(0.2%)에 비해 세 배나 높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PCE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7% 올랐다. 주목할 점은 5월 근원PCE물가지수 상승률은 월스트리트 전망치(4.8%)를 밑돌고,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전달에 비해서는 0.3% 상승했지만 여전히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0.4%)를 밑돌았다.

근원PCE물가지수는 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1월 5.1%에서 2월 5.3%로 소폭 상승한 뒤 3월(5.2%), 4월(4.9%), 5월(4.7%)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말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뜻과 같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미국 Fed의 강도높은 긴축조치가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다소 성급한 주장도 나온다.

Fed의 통화긴축 의지는 확도하다. 지난달 15일 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히(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를 결행한데 이어 7월에도 0.50%포인트나 0.75%포인트 인상할 의사도 분명히 해놓았다.

돈줄죄기 효과는 물가상승률 둔화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성장둔화도 함께 가져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6%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공개된 잠정치(-1.5%)에서 0.1%포인트 낮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미국 경제규모가 1.6% 줄었다는 뜻이다.

미국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미국 경제가 1분기에 줄어든 것은 무역 적자와 기업들의 재고 투자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는 통상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경기침체(recession)'로 간주한다. 2분기 미국 경제는 1분기보다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낮다는 게 중론이다.

성장률과 근원PCE 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Fed는 물가라는 용(dragon)과 벌인 싸움에 이겼으되 큰 상처를 입어 '상처뿐인 영광' 즉 피로스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통화긴축의 칼을 휘두는 Fed 앞에 미국 경제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과 활발한 소비지출에 힘입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비지출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면서 "소비가 둔화한 것은 경기 침체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경기침체론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것을 보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종전 3.7%에서 2.9%로 내렸다.

그럼에도 2.5%든 2.9%든 미국 경제의 거대한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그리고 2분기 미국 경제는 1분기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어 경기침체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에서는 2개 분기 연속으로 GDP가 감소하면 경기침체로 평가가한다. 따라서 2분기 미국 경제 성적표를 봐야만 경기침체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Fed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미국 경제에 큰 상흔을 남길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칼을 뽑을듯 말듯하면서 고개를 처드는 물가 용을 길들일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금리결정에 대해 말이 많다. 물가억제를 위해 0.50%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초 3%대 중반을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4%를 웃돌았고, 이후 두 달 만인 5월에는 5.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오름세가 이처럼 빠르게 커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국제유가 상승, 곡물 가격 상승 등 해외발 공급충격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한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해외 요인의 기여율은 56.2%다. 

고유가 상황이 6월 들어서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6%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한미 금리차 축소 목적이 아니더라도 물가안정 의지를 보이기 위해 한은은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금융시장이 전망하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2.75~3%이고 현재 기준금리가 연 1.7%%인 만큼 최소한 한 번의 빅스텝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미국처럼 경제성장이 둔화되거나 위축될 수도 있다. 이자율 상승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 젊은층)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은은 이런 점들을 두루 살펴야 한다. 그래야 피로스의 승리가 아닌 무혈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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