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스네이크 섬' 철수...식량 수출봉쇄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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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스네이크 섬' 철수...식량 수출봉쇄 풀릴까?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7.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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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흑해 전략 거점인 스네이크 섬(즈미니 섬)에서 철수했다. 스네이크 섬은 우크라이나 본토 남쪽끝에서 약 48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으로 지정학 요충지다. 이에 따라 흑해 주요 항구를 통한 식량수출 길이 열릴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스네이크섬 전경. 사진=키이우포스트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스네이크섬 전경. 사진=키이우포스트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호의의 표시로 즈미니 섬에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그곳에 주둔한 수비대를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철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농산물을 운송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조직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친선의 제스처'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개전 당일 흑해 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투입해 이 섬을 점령하고 강력한 지대공 미사일 체계와 대함미사일 체계를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군 철수 사실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군이 거둔 성과라고 주장했다.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발표 직전 장거리 포격을 가했다. 최소 150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네이크 섬에서 우리 미사일과 포병부대의 성공적인 군사작전의 결과, 적(러시아군)은 쾌속정 2척을 타고 남은 병력을 급하게 대피시켰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연기에 휩싸인 스네이크 섬 사진을 게시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스네이크 섬에 더 이상 러시아군은 없다"면서 "우리 군대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스네이크 섬은 우크라이나 본토 남단에서 약 48km 떨어진 곳에 있는 면적 0.18㎢인 바위섬이다. 유사시 포대와 미사일 등을 배치할 수 있어 전략 가치도 높다. 이 섬에 미사일을 두면 몰도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루마니아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스네이크 섬은 무역 거래에도 중요한 곳이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핵심 항구인 오데사항에서 지중해로 나아가려면 이 섬 주변을 지나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2021년 기간에 4150만t에 이른 밀과 옥수수를 전세계에 수출했는데, 물량의 95%가 오데사항 등 흑해 항구에서 출발했다.

우크라이나를 출발한 곡물은 터키의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지중해로 나간 뒤, 수에즈운하 등을 거쳐 아프리카·아시아를 포함한 곳곳에 공급된다. 그러나 지난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봉쇄로 이 운송로가 막혀 전세계에서 식량난이 확산되고 농산물발 물가급등(애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전 세계는 경기침체 위협에 직면해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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