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 호조, 한은 빅스텝 가능성 더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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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지표 호조, 한은 빅스텝 가능성 더 높여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7.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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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6월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불똥이 한국으로 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6%대로 치솟고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한 상황에서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은 물가억제와 한미 금리 역전을 막기위해서라도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역사상 처음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미국 노동부는 8일(현지시각) 발표한 6월 고용상황 보고서에서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37만2000개 증가했다. 이는 5월(38만4000개)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 25만개)를 크게 웃도는 좋은 실적이다.

일자리가 늘면 가계 소득이 늘어 지출이 늘면서 지난 5월 8.6% 오른 소비자물가 상승을 더 가속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Fed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Fed는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시장은  연준이 7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ed가 하루전  발표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의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위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훨씬 더 제약적인 기조가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해 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할 경우 더욱 강도높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Fed는 성장이 둔화하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위원들은 "정책을 확고히 하는 것이 당분간 경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7월 회의에서 0.50%나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유튜브 캡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7월 회의에서 0.50%나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유튜브 캡쳐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6월15일 회의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7월에는 0.50%포인트나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불똥이 한국을 튀고 있다는 게 문제다.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6% 뛰고 1년 동안의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4%에 근접한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인상폭이다. 관행대로 0.25%포인트 올려서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은도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6월월 소비자물가지수(108.22)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올해 3월(4.1%)과 4월(4.8%) 4%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5.4%) 5%대로 올라서더니 지난달 6%대에 이르렀다.

6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6% 상승했다. 사진=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6% 상승했다. 사진=통계청

이는 물가 관리를 제 1목표로 삼는 한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급등기인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한은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가격도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물가는 한 단계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은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 포인트 상향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 포인트 상향했다. 사진=한국은행

미국이 7월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다면 현재 연 1.50~1.75%인 기준금리는 2.25~2.50%로 상승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75%이다. 만약 0.50%포인트 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 금리는 최대 0.25%포인트 역전된다. 금리역전 시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도 급격히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이 상승해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수입 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고 신영증권도 "Fed가 6월과 7월 각 0.75%포인트, 9월 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달) 한은 금통위의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고민의 골이 더욱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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