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근로자 사망에 썬코어 CEO 사임, 그리고 한국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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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근로자 사망에 썬코어 CEO 사임, 그리고 한국 중대재해법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7.10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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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최대 석유회인 썬코어 마크 리틀(Mark Little)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 이사가 사임하기로 했다.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근로자 사망이나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가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액의 5배를 부과하는 중대재해법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이 '반면교사'으로 삼아야 할 사례라고 본다.

S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로 썬코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마크 리틀 전 CEO.사진=캐나디언프레스
S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로 썬코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마크 리틀 전 CEO.사진=캐나디언프레스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썬코어는 지난 8일 마크 리틀 CEO가 대표이사직에서 즉시 물러나고 이사회에서도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썬코어의 하류부문의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 부사장을 임시 CEO로 선임했다.

썬코오는 이와 함께 13일로 예정된 오일샌드 사업장 설명회도 연기했다. 설명회는 가을에 다시 일정을 잡기로 했다. 

유가 상승으로 회사 금고가 두둑해지고 있는 시점에 마크 리틀 CEO가 갑자기 물러나기로 한 것은 회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기구인 '직장보건안전(Occupational Health and Safety)'국이 앨버타주 포트맥머리(Port McMurray) 부근 썬코어의 베이스 마인에서 26세 하청업체 근로자가 장비에 부딪혀 숨진 사고를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하룻만에 일어난 일이다.

썬코어 광산 사고 조사에 착수한 '일터건강안전(OHS)' 직원들. 사진=CBC캐나다
썬코어 광산 사고 조사에 착수한 '일터건강안전(OHS)' 직원들. 사진=CBC캐나다

회사 측이 7일 저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께 코마츠사 직원이 채굴용 삽(셔블) 정비장에서 장비에 부딪혀 숨졌다. 

이번 사고는 2021년 이후 썬코어의 사업장에서 일어난 다섯 번째, 동일 사업장 두 번째 사망사고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으며 캐나다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대변인은 이날 고인과 가족에 심심한 조의를 표시한다면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면 조사를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썬코어가 CEO 사임을 발표할 때 사고 소식은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대책을 논의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마이컬 윌슨 이사회 의장이 발표한 성명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윌슨 의장은 "썬 코어는 우리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안전과 운영의 탁월성을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부족한 점을 알고 변화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썬코어가 사고재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썬코어의 안전 사고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틀은 3년간 재임하면서 비슷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미 미국 행동주의 투자업체인 엘리엇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지난 4월 썬콩어에 공개 비난을 퍼붓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 경영과 자산을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도 개선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썬코어와 같은 대규모 업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CEO가 책임을 지는 일로써 모든 게 끝나서는 안 된다. 고유가 시대에 매출과 이익을 늘린 CEO를 가차 없이 날린 점은 높이 살만 하지만 재발방치 대책이 미흡했고 유야무야 어물쩡 넘어간다면 캐나다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사례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캐나다에는 1992년 웨스트레이 석탄광산 폭발사고로 26명의 광부가 숨진 것을 계기로 캐나다판 중대재해법인 '웨스트레이법'이 엄연히 있는데도 사업장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살인법'으로 통하는 웨스트레이법은 기업뿐 아니라 기업의 임원과 업무와 관련된 상관들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하청업자도 원청 사업주를 강력하게 형사처벌 하는 게 가능하도록 제정됐다. 이 법은 2014년 시행됐지만 그동안 기소건수는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산재사고에는 이 법이 아니라 직장안전건강법(Occupational Heath and Safety Act)이 적용된다.

썬코어의 CEO 경질은 캐나다에서 산업 재해에 대한 무딘 처벌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목숨을 잃는 사고 때문에 CEO가 물러났다는 소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6개월이 지났지만 산업재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중재해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도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el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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