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초유 '빅스텝' 단행…차주 1인당 연간 이자 33만 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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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초유 '빅스텝' 단행…차주 1인당 연간 이자 33만 원 늘어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7.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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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포인트 인상...하나은 예적금금리 0.90%포인트 인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결정이다. 그렇지만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려 주택 구입과 주식투자 등에 쓴 차입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들은 자금 유치를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25%로 올라갔다.기준금리가 2.25%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2.25%) 이후 7년 11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는 퇴임한 임지원 금통위원의 후임이 아직 선임되지 않으면서, 지난 4·5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금통위원 6명 체제로 열렸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인 0.50%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세 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한은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빅스텝'을 단행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한은의 '빅스텝' 단행은 시장의 예상과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한 비율은 64%에 이르렀다.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 비율은 34%, 0.75%포인트 인상은 2%였다.

한은이 세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물가 상승과 미국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7~8월에는 현재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져 7%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앞으로 1년 물가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에 육박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시차를 두고 임금과 상품 가격 등에 반영돼 실제로 물가가 올라가는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도 빅스텝 단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 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할 경우 미국 기준 금리는 2.25%~2.50%로 올라서며 이 경우 이번 달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급등할 수도 있다.한은은 이런 점들을 두루 살려 빅스텝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사진=한국은행

문제는 앞으로이다. 미국이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갈 경우 한은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총재는 최소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등의 추세, 국내소비자물가 등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문제는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7월 빅스텝 후 남은 세 차례 금통위 회의 가운데 한두 번 0.25%포인트씩 더 올라 2.50∼2.75%가 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도 "경기 우려가 있긴 하지만, 올해 안에 물가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금통위가 연말 2.75%까지는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세번의 금통위 회의에서 0.25%포인트식 올린다면 0.75%포인트가 추가로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3%가 된다.

이럴 경우 생길 부작용은 걱정스럽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어 가계와 기업 등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과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취약차주의 신용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한은은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752조7000억 원)와 비은행을 포함한 전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 규모를 시산한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이 3조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빅스텝 단행에 따른 이자 부담은 6조6000억 원이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32만8000원이다. 차주는 대략 2000만 명으로 계산됐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오른 기준금리 인상폭(1.75%포인트)을 반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액은 22조8000억 원에 이른다. 차주 1인당 약 1년 만에 연간 이자 부담이 114만 원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 측은 "이러한 금액은 1.75%포인트가 일시에 오를 경우 늘어나는 연간 이자부담 규모이며, 지금까지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는 차주마다 인상되는 대출금리 적용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고금리를 내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를 반영해 14일부터 적금 22종, 예금 8종 등 예적금 총 30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9% 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상품별 가입기간에 따라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8%포인트, 거치식 예금 금리는 0.5~0.9%포인트 인상된다. 이에 따라 주택청약종합저축과 동시에 가입하면 만기에 2배의 금리를 적용 받는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은 0.25 포인트 올라 1년 만기 금리는 최고 연 5.0%에서 연 5.5%로 오른다.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월복리 적금 상품인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 하나 월복리 적금 등의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최고 3.2%에서 3.7%, 3년 만기 기준 최고 3.5%에서 4%로 0.5% 포인트 올라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신속하게 반영해 하나은행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자산 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수신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손님 중심의 금리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h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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