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유국 사우디, 값싼 러 원유 사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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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산유국 사우디, 값싼 러 원유 사들이는 이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7.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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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하자 원유 수출 늘리려 수입한 석유를 내수용으로 사용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현금 부족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헐값에  파는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석달간 64만7000t을 수입해 발전소 등의 연료로 사용한 드러났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자 내수용 원유까지 몽땅 수출해 돈을 벌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수 조치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는 국제 유가보다 30~40%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팔고 있다. 유가 폭등으로 이미 막대한 이득을 본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산 석유와 자국 석유 간 가격 차를 이용한 '차익 거래'로 돈을 벌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항만 근로자가 러시아산 원유를 담은 드럼통을 항구에 쌓고 있다./기후행동
항만 근로자가 러시아산 원유를 담은 드럼통을 항구에 쌓고 있다./기후행동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2분기(4~6월) 총 64만7000t(하루 4만8000배럴)의 러시아산 연료유(휘발유·디젤·항공유 등)를 직수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 32만t의 2배 이상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연간으로 러시아산 원유 105만t을 수입했다.

사우디는 또 랍에미리트(UAE)를 통해서도 많은 양의 러시아산 연료유를 간접 수입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는 겨울철에는 하루 30만 배럴, 여름철엔 60만 배럴을 발전용 연료로 소모하고 있다. 

시장정보 제공 업체 리피니티브 아이콘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UAE의 토후국 중 하나인 푸자이라로 들어간 러시아산 연료유는 117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만t보다 30% 늘었다. 또 이달 중 90만t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1~7월 들여온 양만 210만t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량164만t을 28%나 초과했는데 이 중 상당량이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2019년 10월1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2019년 10월1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산유국인 사우디는 이미 몇년 전부터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수입해 사용했다. 서방봉쇄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가 덤핑 가격으로 자국 원유와 석유 제품을 국제 시장에 내놓자 이를 더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오펙 플러스)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로 서로 밀접하게 협력해 온 사이다.

사우디만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가격에 산 나라는 아니다. 중국도 대량으로 수입했다. 5월에 중국은 842만t(하루 200만 배럴)을 수입해 4월(159만 배럴)에 비해 수입량을 크게 늘렸다. 

헬레닉쉬핑뉴스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러시아의 원유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했다. 알렉산더 노박 부총리는 지난달 17일 한 포럼에 참석해 "서방의 제재에도 수요증가로 수출이 늘어났다"면서 "연초에는 수출의 4분의 3이상을 유럽으로 했지만 서방 제재이후 아시아 수출이 50% 이상에 이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값산 러시아산 연료유를 수입해 (전력 생산 등에 필요한) 자국 원유 수요를 줄이고, 이렇게 아낀 원유를 국제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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