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칩4' 동맹 참여 동반성장 이익…중국, 한국에 타격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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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칩4' 동맹 참여 동반성장 이익…중국, 한국에 타격 못 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7.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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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비교우위 상호 혜택" vs 글로벌타임스 '득보다 실 많다' 경고

한국이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 동맹에 참여할 경우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비교우위 분야를 특화해 상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이들은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점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의 동맹 참여는 득보다 실이 많으며 참여시한국산 반도체 수입을 줄일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대만,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인 '칩4(Chip4)' 혹은 '패브4(Fab4)' 출범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에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한국  정부는 물론 반도체 업체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전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공장을 산시성 시안에 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장수성 우시에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이르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 690억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 비율은 48%였다.

지난 5월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소개로 삼성반도체를 시찰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5월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소개로 삼성반도체를 시찰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18일(현지시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앤드류 루이스 수석부소장 겸 전략기술 프로그램 국장 등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같이 소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대만 등 반도체 4강국이 반도체 투자방안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해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8일 논평 격인 '글로벌타임스 보이스'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불확실하지만, 한국이 미국에 굴복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점은 명백하다"고 협박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신뢰할 수 없다고 중국이 판단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 중국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칩4 동맹 참여는) 공급망 시장에서 한국을 매우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칩4 동맹에 동참할 경우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이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어긋난다는 제목이 붙은 중국 글로벌타임스의 17일자 만평. 사진=글로벌타임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이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어긋난다는 제목이 붙은 중국 글로벌타임스의 17일자 만평. 사진=글로벌타임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VOA에 한국의 '칩4동맹' 참여와 관련해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다른 선도국들인 미국, 일본, 대만과 협력 관계 강화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반도체는) 경쟁이 심한 분야이며, 합법적인 경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이러한 협력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과 한국과 반도체 생산 경쟁자이기에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한국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도체 동맹은 기업비밀 공유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미국과 한국의 정상이 이미 공급망 회복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한국이 '칩4'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비교우위를 통한 상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동맹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비교 우위를 한데 모아 협력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면서 "반도체 생산 공정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으며, 한국과 대만은 그 설계를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에 강점이 있다.

한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핵심 생산시설이 중국이 있어 한국의 ‘칩4동맹’ 참여가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한국이 중국 반도체 시장에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활용하라고 말했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은 (한국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서 "스스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산 반도체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인도태평양 (반도체 산업)의 일부이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면서 "일본, 미국, 대만의 협력관계가 더 중요한데, 이들 나라들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새로운 반도체 중심지들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며 '칩4 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더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를 이용해 제조한 기기를 다시 해외 시장들에 판매한다며, 한국에 경제 보복을 위협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중국산 불매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의 기술은 한국, 타이완, 미국에 완전히 의존적이기에 중국도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시설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기존의) 중국 내 한국의 생산 역량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거나 겨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최첨단 반도체 분야의 한국의 새로운 투자가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향하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명확성과 조정을 통해 수십년의 협력 관계를 실용적 수준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양국에 분명한 이익"이라고 평가하고 "인도태평양의 핵심 동맹들, 파트너들과 반도체 등 국제 공급망 강화 방안을 한국이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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