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제재 대상에서 뺀 생산업체와 티타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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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제재 대상에서 뺀 생산업체와 티타늄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7.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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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기체, 랜딩기어, 자동차 부품 핵심 소재...전세계 러시아산 의존도 높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 대상에서 러시아 티타늄업체 '브슴포 아비스마(VSMPO-AVISMA)'를 제외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티타늄은 항공기 기체와 엔진 주요 파트 등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여서 제재 시 러시아의 보복으로 서방이 입을 타격이 대단히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티타늄 생산업체 브슴포 아비스마 로고. 사진=브슴포 아비스마
러시아 티타늄 생산업체 브슴포 아비스마 로고. 사진=브슴포 아비스마

'브슴포 아비스마'는 그동안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았으며 2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로스텍이 영국이 발표한 제재대상 기업에 들어가 있다. 로스텍은 방위산업 부문 11개 지주회사와 민간 부문 3개 지주회사로 구성돼 있는 러시아 최대 국영 복합기업이며 T-90MC 전차 등을 생산하는 우랄바곤자보드를 소유하고 있다. 로스텍의 세르게이 체메초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KGB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푸틴의 측근이다.

러시아 매체 러시아투데이(RT)는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각) EU가 '브슴포 아비스마' 제재안을 저지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결정은 프랑스와 다른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티타늄 수출 금지 보복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 이뤄졌다.

브슴포 아비스마가 생산하는 티타늄 잉곳 완제품. 사진=브슴포 아비스마
브슴포 아비스마가 생산하는 티타늄 잉곳 완제품. 사진=브슴포 아비스마

티타늄은 철보다 40% 가볍지만 강도는 2 배 이상이며 내마모성이 강한 은백색의 금속이다. 항공기 기체와 랜딩기어, 자동차 내연기관 부분품, 골프클럽, 임플란트 소재 등으로 쓰인다.  그런데 러시아는 티타늄 주요 공급국이며 브슴포 아비시마는 러시아 최대 생산업체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티타늄 공급국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15~25%를 차지한다. '브슴포 아비스마'는 러시아 국영 최대 방산기업인 로스텍(Rostec)이 지분 25%+1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티타늄 잉곳과 티타늄 압연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이 회사는 유럽의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엠브라에르 등 세계 50개국 450여 개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에어버스는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티타늄의 약 6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브슴포 아비스마가 제재를 받으면 항공기 제작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문가지다. 

러시아산 티타늄을 수입하는 미국 항공기 회사 보잉은 지난 3월7일 러시아산 '티타늄' 구매를 중단하다고 밝혔고 롤스로이스도 러시아산 티타늄 구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보잉은 그동안 필요한 티타늄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공급받았다. 보잉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구매중단을 발표햇지만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자원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러시아는 인산질산 비료는 물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네온 가스,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유 등 각종 농산물, 휘발유 차량 배기가스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 전기차 양극재 소재인 니켈 등 희귀금속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천연가스와 원유도 펑펑 쏟아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서방이 이들 상품의 수출을 봉쇄하기 위해 혈안이 돼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러시아가 생산해 공급하는 소재와 곡물이 없다면 전 세계 경제가 돌아가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급등해 경제가 폭망할 수 있다는 게 서방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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