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물가·임금 시차두고 영향, 악순환 막아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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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물가·임금 시차두고 영향, 악순환 막아야" 경고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7.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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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임금을 밀어올리고, 임금이 재차 물가를 자극하는 '임금·물가 상승 소용돌이(wage·price spiral)' 가능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물가와 임금 사이에 발생하는 이런 악순환은 고물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한은은 금리를 인상하고 이것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BOK)은 25일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이라는 BOK 이슈노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물가와 임금은 시차를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지수가 오르는 등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대형 마트 판매대. 사진=박준환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지수가 오르는 등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대형 마트 판매대. 사진=박준환 기자

물가상승률은 다음 연도 임금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최근 2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은 1년(4분기)의 시차를 두고 0.3~0.4%포인트가량 높아진다.

임금 상승(1%포인트) 역시 4~6분기 이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0.2%포인트 상승)에 반영됐다.

2000년대보다 물가와 임금 상승률이 높은 1990년대로 분석 대상을 확대한 결과 임금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졌다. 한은에 따르면 1990년대 평균 물가상승률(5.1%)과 임금 상승률(11%)은 최근 20년간(2003~2021년) 평균 물가상승률(2.2%)고 임금 상승률(4.8%)의 두 배가 넘는다.

한은은 "지금처럼 물가 오름세가 높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하는 시기에 기업들이 (인건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을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가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물가와 임금의 연쇄 상승은 경제를 고물가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선제대응이 필요하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단행을 두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해져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못박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성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최근처럼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이를 선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대응을 적극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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