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연속 무역적자, 수출 전선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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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연속 무역적자, 수출 전선 빨간불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8.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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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7월 무역수지(수출입차)가 46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넉달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7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면서 넉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사진은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7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면서 넉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사진은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7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4% 증가한 607억 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수출이 늘었지만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입은 더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는 또 적자를 냈다. 46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 적자는 4월 이후 내리 넉달 이어졌다. 넉 달 연속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게다가 누적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들어 7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0억2500만 달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연간 적자 규모 132억 6000만 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를 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석유화학(-14.1%), 철강(-8.3%) 제품의 수출이 급감했다.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중국의 대도시 봉쇄 탓이라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에서 적자를 낸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무역전선에 무슨 이상이 생겼는가? 정부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점을 이유로 든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대비 88억달러 증가한 185억달러를 기록했다. 밀(29.1%)과 옥수수(47.6%) 등 농산물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또 우리처럼 에너지 수입을 많이 하는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도 무역적자라고 변명한다. 

에너지 등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변수 탓만 해서는 곤란하다. 주력 수출품의 수출증가세 둔화를 눈여겨봐야 보고 개선책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지난 5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한 수출 증가율이 6월(5.4%)에 이어 7월에도 한 자릿수(9.4%)로 주저앉았다. 특히 주력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1%로 급락했다. 지난해 7월 39.4% 급증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 14.9%, 6월 10.7%로 계속 둔화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소비자용 IT 수요가 둔화되고,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축소 결정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

과연 이렇게 넘어갈 문제일까? 아니다. 무역적자가 쌓이면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즉 환율이 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수입물가 상승,  증시 자본유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외환 당국은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보유 달러를 풀면서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4383억 달러까지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우리 외환보유액의 적정 범위인 4680억~7021억 달러를 밑돈다.

무역적자 추세가 굳어지고 외환보유액이 지속감소하는 현상은 해외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유심히 관찰하는 변수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우리 경제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하지만 전세계 경제에 비해서는 여전히 소규모다.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는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동시에 나타는 '쌍둥이 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은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전세계에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어 우리 수출 전망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이런 추세라면 연간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이 장관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6월 이후 수출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며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 장관은 "8월 중 그간 우리 수출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의 개선과 현장의 애로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규제 개선을 통한 신상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노력은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임은 누구나 다 안다. 이를 위해 수출금융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등 수출 촉진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이달 발표하는 종합 수출대책을 기대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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