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15%' 추가 인상 추진… 건설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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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값 '15%' 추가 인상 추진… 건설업계 비상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8.05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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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급등이 근인

호주산 유연탄 등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 등 시멘트업계가 9월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는 2월에 이어 두 번째 인상이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곧 아파트 분양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건설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시멘트 시장은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쌍용C&E, 성신양회, 고려시멘트 등이 지배하고 있다. 이들은 광산에서 채굴한 석회석을 부수고 여기에 실리카와 알루미나, 산화철 등의 원료를 섞은다음 소성로(킬른)에 넣고 섭씨 1450도로 가열해 조약돌 형태의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든다. 클링커에 석고 등을 넣고 미세한 분말로 분쇄하면 완제품 시멘트가 된다. 소성로를 가열하는 데 많은 유연탄이 사용된다.  

시멘트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상승을 이유로 9월에 시멘트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추 진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소재지를 둔 고려시멘트 공장 전경.사진=고려시멘트
시멘트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상승을 이유로 9월에 시멘트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추 진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소재지를 둔 고려시멘트 공장 전경.사진=고려시멘트

5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연간 810만t의 시멘트 생산능력을 가진 한일시멘트는 9월1일부터 시멘트 가격을 t당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약 15%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업체 등에 전달했다. 삼표시멘트도 다음달 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호주산 유연탄 가격이 t당 400달러대까지 치솟으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시멘트 업계 설명이다. 업계는 유연탄 단가가 2020년 t당 평균 60.45달러에서 2021년 10월 222.4달러까지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 이후 물류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이 겹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8월6일 t당 94.57달러였으나 이후 오르기 시작해 올해 3월18일에는 t당 288.1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내려가긴 했지만 6월3일 t당 217.57달러까지 다시올랐다. 같은달 24일에는 177.41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반등해 지난달 29일에는 t당 206.32달러까지 올라가는 등 지난해에 비하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 추이. 지난 3월18일 t당 288.15달러까지 치솟은 유연탄 가격은 그동안 상당히 하락했음에도 t당 20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 추이. 지난 3월18일 t당 288.15달러까지 치솟은 유연탄 가격은 그동안 상당히 하락했음에도 t당 20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시멘트 가격이 인상되면 레미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건설 공사비의 30%를 차지하는 건자재 가격이 최근 1년 새 50% 이상 급등했는데 레미콘 가격이 더 오른다면 건설사들은 적자 공사가 불가피해 분양가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들은 주택을 지을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탓이다. 

지난 2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라 수도권 현장에 납품되는 레미콘 가격은 ㎥당 15.7%가 인상됐다. 지난해 1㎥당 6만7700원인 레미콘 가격은 8만300원으로 올랐다. 시멘트 업체들이 9월에 가격을 올리면 레미콘 가격 인상도 뒤따를 전망이다. 

시멘트 가격이 인상될 경우 이미 레미콘운송노조에 밀려 20∼30%대 운반비 인상을 해 준 레미콘 업계는 건설사들에 추가 가격인상 요구를 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와 건설업체 대표단, 시멘트업체를 계열로 보유하지 않은 유진기업과 아주산업, 정선 등은 4일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에 대해 합동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시멘트 단가를 20% 인상했는데도 또 가격을 인상한 것은 담합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규 택지나 재건축 현장의 분양가 추가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건설사 임원은 "올 연말 공사현장이 준공되면 폭등한 자재가격에 따른 공사원가 부담이 올해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대형건설사라도 대응이 어려운데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임원도 "거의 모든 자재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어서 공사를 할수록 손해"라면서 "자재 업체들은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전문건설업계는 하도급대금 인상 카드라도 있지만 종합건설사들은 공사비 보전 방법이 없어 극한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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