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2.6%, 5,2%로 전망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4년 만에 가장 높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물가에 고금리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가와 한미 금리 역전 등을 두루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0%인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나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 속에 '영끌족' 등 과다 차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25일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5월 4.5%에서 5.2%로 크게 올려 잡았다. 5% 물가상승률이 현실화하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서 2.6%로 낮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5월 전망치 대비 0.7%포인트 높인 5.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물가안정목표제가 시행된 199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전망치다. 내년 물가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3.7%로 상향 조정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내년은 2.1%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지난 4월 전망치(2.4%) 대비 0.3%포인트 낮다.
한은이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1~7월 누적 물가상승률이 4.9%로 한은 전망치(4.5%)를 훌쩍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6.3%를 기록하는 등 이미 6%를 넘어섰다. 연간 물가는 외환위기인 1998년 7.5% 이후 현재까지 5%를 넘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물가 전망 조정은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불안 등 글로벌 상황도 반영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2일 소비자물가 상승률 통계 발표 이후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의 경우 러시아와 유럽 간 갈등 고조 등에 따라 여전히 공급 측면의 상방 리스크가 상존하고, 수요 측면에서도 외식, 여행·숙박 등 관련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는 수출 증가세 둔화, 소비 타격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각각 0.6%, 0.7%로 0%대에 그쳤다. 한은 전망치 2.7%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분기바다 0.3%포인트 성장해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역수지 악화, 설비·건설투자 하락, 민간소비 부진 등에 더해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 악화로 소비·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연 2.25%에서 2.5%로 상승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건 올해 들어 네 번째(4·5·7·8월)다. 역대 첫 4회 연속 인상으로 앞서 7월엔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연 2.5%로 복귀한 것은 2014년 7월 이후 8년여 만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