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 아직 아냐"
상태바
파월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 아직 아냐"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8.27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잭슨홀'서 8분간 연설...내년 상반기 금리 동결·인하 '전환 기대'에 찬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정책심포지엄에서 경제 성장을 희생하고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물가 안정이라는 지상 과제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각)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이어갈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사진=연방준비제도 유튜브 캡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각)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이어갈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사진=연방준비제도 유튜브 캡쳐

그는 이를 위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이어나가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일정 기간 유지한다고 밝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를 예상한 시장의 기대를 무너뜨렸다.뉴욕 주식시장 3대 지수는 3%대 급락하는 '검은 금요일'을 보내며 거래를 마쳤다.

파월 연설로 앞으로 달러 초강세(킹 달러)가 더 가속화하고 더 오래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상승(원화 가치 약세)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수출과 물가, 경상수지 등 한국 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해마다 8월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참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6일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매파 본색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는 3%대 하락하며 '검은 금요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6일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매파 본색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는 3%대 하락하며 '검은 금요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파월 의장은 이날 8분50초의 짧은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했다.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은 낮고 안정된 물가상승률을 지킬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물가 안정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의무에는 조건이 없다"고 말해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임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름으로써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고착화할 위험을 경계한다고 파월 의장은 전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한 탓에 1980년대 초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의 초고금리 정책으로 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겨우 물가를 잡은 사례를 들어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1980년대 초 볼커 의장의 인플레이션 억제 성공은 앞서 15년간 물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실패한 뒤에야 나온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지금 단호하게 행동함으로써 그런 결과를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를 잡는 데는 불행하게도 비용이 따른다. 높은 금리로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노동시장이 식어가면서 물가상승률을 점차 낮추는 사이에 가계와 기업에 고통이 불가피하겠지만  물가 안정 복원의 실패는 훨씬 더 큰 고통을 의미한다"면서 "Fed 는 강력하고 빠르게 수요를 둔화시켜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 인플레이션을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 상단 추이.사진=CNN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 상단 추이.사진=CNN

초미의 관심사인 9월 금리인상 수준에 대해선 파월 의장은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지난달 기자회견 발언을 반복하면서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의 여지를 열어놨다.파월은 "오로지 새롭게 나오는 (8월 물가·고용 등) 데이터를 확인한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이다. 따라서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 상단은 3%, 0.75%포인트 올리는 자인언트 스텝을 할 경우에는 3.25%로 올라간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 9.1%에서 7월 8.5%로, Fed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욱 중시하는 또다른 물가지표인 7월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도 6월 6.8%에서 7월 6.3%로 각각 둔화하자 파월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동결과 인하 등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할 것인지에 대해 힌트를 줄 것이라는 일부 기대가 있었지만 빗나갔다.

파월 의장은 또 Fed의 조기 금리인하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역사는 (통화)정책을 조기 완화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고 말했다.

투자 분석·전략가들은 파월의 발언에 대해 "분명하고 충분히 매파성향이었다고 평가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물가 안정 범위에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을 계속하리라는 것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리스토프 발즈는"파월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금리를 앞당겨 인상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통화정책 사이클이 내년 경기침체와 위축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고, 경기 하강으로 인플레이션이 천천히 하락하면 내년 중반 시점 이후에 Fed가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연설 여파로 급락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3.03%,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37%,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94% 폭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