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도 고강도 긴축...사상 첫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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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도 고강도 긴축...사상 첫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의미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9.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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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빅스텝 이어 또 예상 깬 자이언트스텝..."인플레 높아 금리 더 올릴 것"

유럽중앙은행(ECB)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을 밟았다. 그동안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해온 ECB가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은 미친 듯이 날뛰는 물가 탓이다. 이번은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인상으로  유럽은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ECB는 밝혔다.  유럽 증시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마감했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예견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상승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진은 ECB로고. 사진=ECB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진은 ECB로고. 사진=ECB

ECB는 8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1.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지난 7월 당시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Baby Step)'이 아닌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밟았고, 곧바로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고강도 긴축행보를 이어갔다.

2002년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ECB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CB는 아울러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75%와 1.50%로 7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과 함께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해온 ECB의 긴축 모드는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ECB는 2016년 3월부터 6년 이상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크게 높였지만 미국의 기준금리(2.25~2.5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ECB의 초강경 긴축은 그만큼 물가 폭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20%를 넘었다.

유럽연합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에 비해 9.1% 치솟자 중앙은행인 ECB가 8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사진=ECB
유럽연합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에 비해 9.1% 치솟자 중앙은행인 ECB가 8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사진=ECB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돈 풀기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의 직격탄까지 맞았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 대해 금수조치 제재를 하자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 중단으로 맞서면서 천연가스 요금이 급등하고 있다. 

ECB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장기간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면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 일부 부문의 수요 압박, 공급망 차질 등이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또 "인플레이션 압박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강화돼 물가는 단기적으로 더 치솟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CB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8.1%, 내년 5.5%, 2024년 2.3%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성장률은 올해 3.1%, 내년 0.9%, 후내년 1.9%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연합 물가 상승률 추이. 사진==ECB
유럽연합 물가 상승률 추이. 사진==ECB

ECB는 "앞으로 몇 차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가기에는 금리 수준에 한참 떨어져 있다"며 자이언트스텝의 이유를 밟히고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8일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ECB 트위터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8일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ECB 트위터

ECB가 예상 밖 긴축에 나섰음에도 유로화 가치는 떨어졌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0.9932달러까지 내렸다(달러화 강세).

유럽 주요국 증시는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9% 올랐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33% 하락했다.

반면, 뉴욕증시는 상승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0.61%(193.24포인트) 오른 3만1774.52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6%(26.31포인) 오른 4006.18로 장을 마쳤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60%(70.23포인트) 오른 1만1862.13으로 마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민지희 연구원은 하루 전인 7일 'ECB 긴축의 의미와 미국 실질금리 상승의 원인'이라는 보고서에서 "ECB가 이번주 회의에서 빅스텝 이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지금의 강달러 기조가 크게 반전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전망하고 "그렇지만 ECB의 긴축이 동반되면서 유럽 경기 침체 우려가 높이고 다음주 발표될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인플레 안정을 추가로 확인하면 연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담이 다시 높아져 가파른 달러화 강세 기조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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