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실업 캐나다 경제, 연착륙 가능?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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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실업 캐나다 경제, 연착륙 가능? "글쎄요"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9.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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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캐나다 경제가 덜컹거리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률은 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가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대폭 올리는 바람에 캐나다인들이 쓸 여윳돈이 쪼그라들었다. 은행에서 큰 돈을 빌려 집을 산 주택 구입자들의 입에서 '악'소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바라는 '경제연착륙'은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을 경고하고 있다.BOC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했다. 사진=CBC 유튜브 캡쳐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을 경고하고 있다.BOC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했다. 사진=CBC 유튜브 캡쳐

첫째 걱정거리는 일자리 감소, 실업증가다. 캐나다통계청의 9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의 일자리는 약 4만개, 정확히 말해 3만9700개 줄었다. 석달 연속 감소세다. 실업률은 5.4%로 올라갔다. 실업률이 상승한 것은 지난 7개월 사이에 처음이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참히 깬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일자리가 1만5000개 늘고 실업률은 7월 4.9%에서 5%로 조금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크게 빗나갔다.

석달 연속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사라진 일자리는 무려 11만4000개 이른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경제봉쇄와 제한조치와 무관한 첫 일자리 감소로 기록된다. 아울러 경기침체가 아닌 시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일자리 감소로도 기록된다. 

일자리 감소는 대부분 공공부문에서 일어났다. 교육부문 5만개를 비롯해 공공부문 일자리 7만9000개가 사라졌다. 지난 3개월간 사라진 11만4000개의 절반이 넘는다. 건설부문도 2만8000개 줄었다. 이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실업률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캐나다 실업률 추이. 사진=캐나다 통계청/블룸버그
캐나다 실업률 추이. 사진=캐나다 통계청/블룸버그

둘째는 금리인상이다. 물가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금리에 민감한 건축 부문 등에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고 캐나다인들의 소비지출 여력을 줄여 궁극으로는 경제가 위축되도록 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BOC)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대폭 올렸다. BOC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7월 1%포인트 인상에 이은 두 번째 고강도 긴축이다. 이로써 캐나다 기준금리는 연 3.25%로 올라갔다.이는 14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선진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미국은 6월과 7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지만 아직 기준금리는 연 2.24~2.50% 수준이다.. 

이는 물가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BOC 설명이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1%에서 7.6%로 낮아졌는데도 긴축 고삐를 죄었다. 이는 물가 하락이 주로  휘발유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지 휘발유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더 오르고 있다는 게 BOC 진단이다. 7월 근원인플레이션은 5.5%로 올라갔다.

캐나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 추이.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는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를 2.5%로 한 번에 1%포인트 올린 데 이어 7일 3.25%로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진=BOC
캐나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 추이.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는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를 2.5%로 한 번에 1%포인트 올린 데 이어 7일 3.25%로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진=BOC

문제는 앞으로 BOC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이다. 캐나다 경제는 지표상으로는 수요는 초과되고 노동시장은 타이트한 모습이다. 근로시간은 동일한데 시간당 임금은 오르고 있다. 8월 근로시간은 1년전과 같은데 시간당 평균 임금은 8월 5.4% 증가하면서 6월과 7월 증가율 5.2%를 웃돌았다. 그 결과 물가는 올라가고 있다.이러니 정책 당국자들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으면 이상하다.

금리인상의 효과가 건설 산업에서 단번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7월 1%포인트 인상 후 8월에 건설부문 일자리 2만8000개가 사라졌다.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주택 시장에 금리인상은 독약과 같다. 개업체들이 자금조달 어려움에 계획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건축허가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금리인상의 파급효과는 머지 않아 캐나다 경제 전반에 나타날 것이다.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시중금리가 1% 오르면 캐나다인들은 월평균 300~400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소비지출이 줄면 경제가 냉각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은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몬트리올 시민은 CNews에 "코로나19가 오기 전에 모기지 대출을 받아 마련한 주택을 처분했다"면서 "만약 그대로 보유했다면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미 2분기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은 3.3%를 기록했다.임금상승에 따른 민간소비가 9.5% 늘고 기업 투자는 약 12% 증가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책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예상한 4%와 4.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캐나다 연방정부와 BOC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다시 말해 경제연착륙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숙제다. 금리를 이렇게 급격하게 올려서야 연착륙(soft landing)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성장륙이 급락해 경착륙(hard landing)할 가능성만 높인다.

몬트리올은행(Bank of Montereal)의 더글라스 포터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은 이런 점에서 대단히 적확하다. 그는 투자자 서한에서 "경제여건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면서 "건설 부문 감소는 금리인상이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와 부총재 등은 다음 금리 결정회의에서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7월에 물가가 내렸다고 하나 이는 에너지 가격 탓일 뿐 재화와 서비스 가격 상승은 가속화하고 있는 탓이다.  일부에서 나타나는 냉각 조짐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하지만 임금상승과 근로시간을 보면 긴축의 고삐를 당장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에 경제운용을 하는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이 금리의 '적정 수준', '중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뭣이든 과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과유불급'이란 말은 캐나다 경제, 캐나다 금리정책에도 적용된다. 맥클렘 총재가 '신의 한 수'를 발휘할 지 기대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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