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역대 최저 엔저..24년 만에 140엔 돌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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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역대 최저 엔저..24년 만에 140엔 돌파 이유는?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9.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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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와 견준 일본 엔화가치가 24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본 정부는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금융투자업계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현행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 전망치가 추가로 상향될 조정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당 150엔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가치 회복은 글로벌 통화 긴축과 미국 달러 강세의 정점 통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가치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달러당 144엔을 돌파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CNews DB
일본 엔화가치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달러당 144엔을 돌파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CNews DB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일본 엔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144엔을 돌파했다. 올해 엔달러 환율 상승(엔화가치 하락)은 1989년(123.30엔→151.80엔)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13.40에서 지난 7일 144엔을 돌파하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7엔 이상 떨어졌다.환율상승(엔화약세폭)은 올들어 20.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선경 책임연구원은 '최근 엔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는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 속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차별화가 주요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주지하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6월과 7일 연이어 한 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연 2.25~2.50% 수준으로 올렸다.이에 따라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02년 6월 이후 110을 돌파하는 등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를 기준으로 미국달러 가치는 올들어 15.2% 상승한 것으로 김 책임연구원은 평가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 않은 일본은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고 0% 수준의 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격적 통화긴축을 하고 있는 다른 중앙은행간의 차별화로 엔화 약세여건이 조성됐고 대미 금리차 확대로 엔화 약세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김 책임연구원은 설명했다.

미국에 비해 일본의 기준금리가 낮아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엔을 팔고 금리가 높은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엔 가치가 하락하는 '엔저' 현상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엔저 현상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주도의 일본 경제에 호재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악재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석유제품을 비롯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엔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품을 수입할 때 전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물가를 억제를 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BOJ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있다.

엔저를 멈추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외환시장 개입이다. 일본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지난 8일 "모든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외환시장에 필요한 대책을 취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환당국은 현재까지는 직접개입보다는 구두개입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이지 키하라 일본 부총리는 당일 "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관련 현상을 면밀히 관찰해 필요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마츠노 내각관방 장관도 같은날 오전 "다소 일방적이고 급속한 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발언하며 구두개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입을 시사하는 게 아니었다는 점에서 엔화 가치는 추가 하락했다.

이에 8일에는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BOJ)이 3자 긴급회동을, 9일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갖는 등 정부와 BOJ가 분주하고 움직였다. 

일본 정부가 엔을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직접개입'을 하지는 않았다.  일본 당국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며 개입한 것은 1997년 12월~1998년 6월(엔달호 환율 122~147엔), 매수개입은 2011년이 마지막었다.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들 가운데 환율을 낮추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뜻이다.  

더욱이 미국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다고 해서 환율이 진정될 지는 미지수다.

다른 방법은 BOJ의 통화적 완화정책의 전환가 기준금리 인상이다.  BOJ는 금리상승 억제를 위해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을 지속 중이어서 이 선택지 또한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막대한 국가부채를 지고 있다. 국채를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를 올리면 국채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최근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점들을 두루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엔 하락을 막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금리 조정을 통해서만 엔 약세를 막기를 원한다면 엄청난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며 이는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과 기준금리 인상 둘 중 어느 것도 어렵다는 게 결론이다. 이는 당분간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다이와증권은 "재무성과 BOJ는 현재 엔화 약세가 일본 내부적 문제가 아닌 달러화 강세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외환당국이 즉각 시장개입에 나서거나 BOJ가 정책을 변경할 필요성이 없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상원 부연구위원은 "제프리스는 BOJ가 실질임금 상승률이 지속되기 전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며, 이 때문에 엔달러 환율은 150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소개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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