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자가격 리터당 200~300원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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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자가격 리터당 200~300원 오를 듯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9.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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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는 20일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열어 우유 원료인 원유 가격 단가를 조정하고 있다.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는 지난해 원유 가격 조정 협상이 무산됐고, 원유 생산비가 지난해와 올해 L당 52원 오른 만큼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내년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앞두고 생산비 연동제에 따른 마지막 원유 가격 협상으로 인상요인이 분명한 만큼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도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유업계는 리터당 200~300원 오를 것으로 보면서도 국내 최대 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결정에 달려있닥호 입을 모았다.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면 흰우유가격은 3000원 언저리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흰우유 가격이 오르면  빵이나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대형 마트 우유매장 코너. 이 우유는 동원F&B가 생산한다. 사진=박준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대형 마트 우유매장 코너. 이 우유는 동원F&B가 생산한다. 사진=박준환 기자

낙농진흥회는 20일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열어 우유 원료인 원유 가격 단가를 조정하고 있다. 협상위원회에는 생산자 측 3명과 유가공업체 측 3명, 낙농진흥회 이사 중 1명이 참석한다. 유가공업체를 대표해 남양과 빙그레, 유가공협회가 참여했다.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L당 500원 이상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근거가 없다"면서 "L당 200~300원 오를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앞서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도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최근 원유 생산비가 L당 52원 오른 만큼 올해 원유가격이 상향 조정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올해 원유(우유 원료) 가격이 오르더라도 우유 가격이 정확히 얼마나 인상될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16일 유제품 수급조절 기구인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다르게 매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생산비 연동제' 폐지를 뼈대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 가격을 결정한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실무 협의체를 마련하고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이번 개편안에서 음용유는 현재 가격인 L당 1100원에, 가공유는 800원에 구매하도록 했다. 가공유 가격을 낮춰 수입산이 대부분인 가공유 수요를 국산으로 돌려보겠다는 계획이다.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 가격을 낙농가의 생산비에 연계해 산정한다. 사료 등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제조원가가 오르면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낙농가가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소비 수요가 줄더라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국산 우유·가공유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 마시는 용도인 흰우유와 치즈·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의 가격을 별도로 책정할 수 있어 국산 원유에 활로가 생길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국내산 가공용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유가공품 시장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자급률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국내산 원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유제품 출시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10년 전인 2012년 335만9000t에서 지난해 444만8000t으로 32.4%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 원유 생산량은 211만1000t에서 203만4000t으로 약 8만t 줄었다. 우유 자급률은 45.7%로 10년 전 62.8%와 비교해 17.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수입 우유는 2012년 124만8000t에서 지난해 241만4000t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54.3%로 절반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등가격제가 내년부터 도입되는 만큼 올해까지는 기존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우윳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다음달 원유 가격 인상폭이 결정되는 데 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이 47원에서 58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최대 규모의 인상폭이다. 

서울우유는 16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이달부터 소속 낙농가들에 목장 경영 안정자금을 월 30억 원, 연간 360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서울우유의 원유생산량은 70만t 이상d,fh L당 58원 올려준 것과 맞먹는 규모다.올해 인상분이 50원대로 반영되면 우유 판매가격은 30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원유 가격이 21원 올랐을 때 흰우유 1L 제품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다.흰우유 가격이 서울우유보다 비싼 매일유업 등의 제품들은 3000원 중반대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올린다고 해도 원재료값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어서 영업이익률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 반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보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우유업체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생산하는 흰우유 '홈밀크'.사진=서울우유
국내 최대 우유업체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생산하는 흰우유 '홈밀크'.사진=서울우유

지난해 10월 원유 가격 인상 이후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빙그레 등 주요 기업들은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스타벅스도 3개월 만인 올해 1월 주요 커피 가격을 올렸다. 이번에는 인상폭이 훨씬 커 가공업체들과 커피업체들도 큰 폭으로 값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또 한 번의 '밀크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유업계는 물론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베이커리, 카페 등도 원가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면서 "다른 인상 요인도 많은 만큼 식음료업계의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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