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高물가·高금리·高환율)' 해소 안 되면 엔 약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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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高물가·高금리·高환율)' 해소 안 되면 엔 약세 지속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9.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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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22일 오후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했다.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1998년 6월 이후 24년 만이다. 달러당 145엔을 웃도는 가파른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달러당 150엔 도달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3高(高물가·高금리·高환율)'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엔화도 약세 여건에 지속 노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한 고환율과 고물가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외환당국이 22일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사진은 엔화 지폐. 사진=CNews DB
일본외환당국이 22일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사진은 엔화 지폐. 사진=CNews DB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1998년 6월 이후 약 24년 3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와 BOJ는 2011년 11월 4일에도 외환 개입을 단행했으나, 당시에는 엔화 강세에 따라 엔화를 매도하는 개입에 멈췄다.

이날 도쿄 외환 시장에서는 장 중 한때 엔화가 달러당 145.89엔을 기록하는 등 약 24년 만에 엔화 가치는 최저점을, 환율은 최고점을 나타냈다.

BOJ는 이날 종료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기존의 초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혀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BOJ는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후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고  일본 정부는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칸다 재무관은 개입 목적이 특정 환율 수준 방어가 아닌 환율 움직임의 정상화에 있음을 강조하고 향후 시장 매커니즘이 비정상일 경우 추가 개입 여지를 시사하고 미 재무부와도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BOJ는 지난 14일 시장환율 점검 조치에 나서며 개입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이날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을 지속하겠다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는 일본의 조치를 이해하지만 함께 실개입에 나서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대변인을 통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일시로 일본 엔화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통화들의 미 달러화 대비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약 5시간 만에 고점 대비 3.8%(145.90엔 → 140.42엔) 낙폭을 보이는 동안, 달러인덱스(엔화 비중 13.6%)도 최대 1.1% 하락(111.81→ 110.49)로 하락하고 같은 시간대에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 가치가 1~2% 급반등했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단기로는 가파른 엔화 약세 속도를 억제할 수 있겠으나 중장기로는 엔저 추세를 반전시킬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따른 엔화 가치 지지 효과가 단기로 상당히 강할 것으로 평가하며 다수 투자은행들은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직후 환율이 급락한 사실에서 확인한 것처럼 개입 효과가 단기로 유의미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전했다.

일본은행이 통화완화를 유지할 경우 미국과 일본간 정책 차별화에 기반한 약세 압력 지속될 것으로 국제금융센터는 전망했다. 다른 나라의 공조개입이 없는 한 일본 당국 개입 효과의 지속성도 제한될 것이라는 뜻이다. 내년 4월8일 구로다 총재의 임기 종료 전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통화정책 측면의 약세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김 책임연구원은 예상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엔저를 유발한 글로벌 3高(高물가·高금리·高환율)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외환 당국의 정책 대응이 강화된 만큼 향후 환율 변동성 추가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부전문위원은  "글로벌 3高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엔화도 약세 여건에 지속 노출될 전망"이라면서 "과거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 최장 1년 이상 이어진 전례를 감안하면, 시장과 정책 간 상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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