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2조 원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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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2조 원에 인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9.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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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재무안정성 제고, 수익성 개선 기대"
"산업은행 지분 보유, 오버행 리스크 제기 여지"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다. 한화그룹은 조선산업 진출과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우조선해양의 노조가 강성노조인데다 산업은행이 지본을 보유하고 있어 공적자금 회수 차원의 오버행 리스크(잠재 매도물량)가 여전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증권가는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와 한하그룹의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면서 앞으로 자본확충과 주인찾기를 통한 경영안정화를 기대한다며 긍정평가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33만원을 유지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2조 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2조 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산업은행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는 2조 원으로 매각가는 주당 1만9150원으로 26일 종가(2만4950원)보다 크게 낮다. 산은이 '회생 불가능한 회사'라고 판단하고 매각에 나선 셈이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들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 원, 한화시스템 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 원, 한화에너지 산하 자회사 3개가 1000억 원을 각각 유상증자에 참여한다.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한화지분은 49.3%에 이르는 반면, 산은 지분은 55.7% 수준에서 28.2%로 줄어든다.

앞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을 이같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산은은 한화 계열사를 대우조선 신규 투자자로 유치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하기로 했다. 산은과 한화는 한화 계열사가 총 2조 원 규모로 유상증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5년간 연장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수은의 영구채 조건을 바꾼다. 현재 산은은 2조33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갖고 있는데, 대우조선이 원금을 갚지 못하면 현재 연 1%인 금리가 최대 10% 이상으로 뛴다. 이러한 일을 막아서 안정적인 매각을 돕겠다는 것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1월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이후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현재 경쟁력 수준과 시장 환경에서는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그동안 대우조선에 투입한 자금은 4조1000억 원 수준이다. 현재 손실은 3조5000억 원. 대손충당금이 1조6000억 원, 주식 손상 규모가 1조8000억원 정도다.

강 회장은 "매각으로 회사가 정상화되면 대손충당금 1조6000억원만큼 산은이 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울산급 배치-2 배수량 2800t의 대구급 호위함의 위용.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울산급 배치-2 배수량 2800t의 대구급 호위함의 위용. 사진=대우조선해양

강 회장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에서 산은이 대주주를 맡는 시스템은 효용성을 다했다"며 매각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08년 매각 추진 당시 6조7000억 원인 기업 가치가 2019년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할 때 1조6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면서 "매각 가격을 더 받는 것보다 빠른 매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조선산업 진출과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한화그룹은 내다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가 방산 수출로 쌓은 네트워크오하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과 전투함 건조 실적이 만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주력 방산제품인 3000t급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안창호'함과 '안무함'을 건조했으며 대구급 호위함도 건조한다.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은 아울러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늘은 인수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인수가 확정되면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 평가는 좋게 나왔다. 하나증권의 유재선 선임연구원은 이날 "방산(특수선) 부문 분리매각이 아닌 조선 부문을 포함하는 통매각 방식이며 기업결합심사 이슈는 제한적일 전망"이면서 "한화그룹이 에너지와 방산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해상풍력 등에서 밸류체인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유재선 선임연구원은 "공적자금 회수와 포트폴리오 확대의 절충점"이라고 호평했다.

유 선임연구원은 "유상증자 규모가 상당한 관계로 희석 우려는 기존 주주에게 다소 불편한 이슈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이후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28.2%를 여전히 보유한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회수에 대응하는 오버행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대규모 자본확충에 따른 재무 안정성 제고와 민간 대주주 경영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회에 대한 기대감은 긍정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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