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물적분할 왜 중단했나? 소액주주 반발 vs 지주회사 전환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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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물적분할 왜 중단했나? 소액주주 반발 vs 지주회사 전환 회피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9.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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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전문 업체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사업부(팹리스)를 분사하지 않기로 결정해 그 이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적분할 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여론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DB하이텍.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사진=DB하이텍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요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설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모회사가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 분할제도다. 모회사는 자회사 경영권을 가기고서 자회사를 추가 상장에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26일 반도체 설계 사업부의 분사 검토를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DB하이텍은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설계 사업의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8인치(200mm)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업체다. 올해 주력사업인 파운드리 부문을 존속회사로 삼고,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설계 사업인 팹리스 부문을 물적분할 해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물적분할 시 기업가치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DB하이텍 주주들의 반발로 당초 계획을 백지화했다. 일부 DB하이텍 주주들은 물적분할 저지를 위한 공동 행동에 돌입했고, 비영리 법인을 설립한 뒤 공식 대응을 위해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DB하이텍 측에 요구하는 등 물적분할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주주명부 열람을 통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주주 대표로 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DB하이텍은 분사 추진 작업을 전격 중단했다.

DB그룹 관계자는 "물적 분할을 내부검토하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검토를 중단했다"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주가조작이며 위법사항인 만큼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DB하이텍은 1997년 설립된 이후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그룹 내에서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렇지만 김준기 창업주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키워온 회사다. 지난 2009년 김준기 전 회장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사재 3500억 원을 출연할 만큼 각별했다. 

DB하이텍은 현재 그룹 내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9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기준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들어서도 1분기 매출액 4357억, 2분기 3950원, 영업이익 1815억 원, 2분기 2132억 원 등 호실적을 낸데 이어 3분기 실적은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또 고부가 자동차·산업용 전력반도체 분야 등 향후 포트폴리오도 마련했다.

DB하이텍이 주주 반발로 분사 추진을 중단한 것은 그만큼 DB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낮다는 방증이 된다. 실제로 최대 주주는 (주)DB Inc.(아이엔씨)로 지분(율)은 6월 말 현재 12.42%다. 계열회사인 DB생명 0.78%, DB김준기재단 0.62%, 김준기 전 회장 3.61%, 김주원씨 0.39%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17.84%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20%를 밑돌아 지배력은 낮다.

국민연금공단도 9.35%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주)DB아이엔씨의 최대주주는 김남호 DB그룹 회장으로 지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6.83%로 역시 20%를 밑돈다. DB하이텍 지배구조는 김남호 DB그룹 회장→DB아이앤씨→DB하이텍→DB메탈로 이어진다.

DB하이텍 주가 상승으로 DB하이텍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지주회사 전환을 통보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000억 원, 자회사 지분가액이 지주사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법적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DB하이텍 자산총액은 상반기 말 현재 약 5119억 원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현재 지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의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소 17.58%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DB아이엔씨가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 대규모 지분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반기 연결 기준 DB아이엔씨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56억 원에 불과하다.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려면 3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했다는 게 금융권 전언이다.

그런데 물적분할 이슈로 주가가 계속 하락해 27일 전날 대비 5.53% 오른 4만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종가(7만2700원)에 비해 약 44.9% 낮은 수준이다.거의 절반값이다. 주가가 낮은 만큼 적은 비용으로 지분율을 높이는데는 유리하다. 

DB그룹 현황. 사진=DB그룹
DB그룹 현황. 사진=DB그룹

이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전환한 날로부터 자회사 주식을 2년 안에 취득하면 되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취득기간이 또 1년 유예되는 등 3년의 시간이 있고 여러 가지 솔루션이 있는 만큼 이번 물적 분할 검토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DB그룹은 금융업과 제조업을 분리해 사실상 지주사 체제를 구축해놓았다. 금융은 DB손해보험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DB생명과 DB금융투자, DB저축은행, DB캐피털 등이 그 산하에 있다. 제조업은 DB아이엔씨가 DB에프아이에스와 DB하이텍을 지배하고 있다. DB하이텍은 DB메탈의 지분 26.94%를 보유하고 있다.

박태정 기자 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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