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납품단가 연동 의무화, 시장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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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납품단가 연동 의무화, 시장왜곡"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9.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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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값이 오르면 납품단가도 올리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나왔다. 수급 사업자의 일감이 줄고, 소비자 비용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정부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검토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단가연동 조항 활용 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이해관계. 사진=KDI 이화령 연구위원
단가연동 조항 활용 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이해관계. 사진=KDI 이화령 연구위원


이화령 KDI 연구위원은 27일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에서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위험을 분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래 상대방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으나 이를 의무화한다면 효율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납품단가 연동제(납품대금 연동제)'는 하도급/ 수위탁 거래 계약에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조항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돼 미리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인상분의 일정 비율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게 해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의 경영상 애로를 덜어 주기 위한 목적의 제도이다.

현재 원자재 가격과 그 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사진=KDI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사진=KDI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월11일 9월부터 '납품대금 연동제'를 6개월간 시범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고 다음날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하도급 및 수탁거래, 위탁 거래 각각의 연동계약서를 마련해 공개했다. 연동계약서에는 원자재 가격 기준지표, 조정 요건과 주기, 반영 비율 등 기본 항목을 담았다. 계약의 구체적 내용은 계약당사자의 협의에 맡기되 사전에 합의한 연동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산식에 따라 자동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게 했다.

공정위는 이후 납품단가 연동조항을 계약에 포함한 기업에 대해 공공입찰에서 가점을 주고 하도급법 벌점을 줄여주는 식으로 참여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회도 모두 다양한 연동제 입법을 추진 하고 있는데, 연동 대상과 조건 등 구체적 내용과 범위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화령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업 간 거래에서 단가연동이 의무화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이 왜곡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규모가 작은 원사업자는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조달에서는 정부가 최종소비자이지만, 기업 간 거래의 원사업자는 납품단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납품단가 인상 부담을 느낀 원사업자가 계약기간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급 사업자의 일감을 줄일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또 원사업자가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결국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도 있으며 납품단가 연동제의 혜택이 1차 하청업체에만 집중될 우려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기보다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위원은 "단가 연동조항은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특정 계약형태를 강제하기보다는 협상력 격차 완화, 남용 행위를 규율하는 것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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