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얼즈 인수, 수주잔고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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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얼즈 인수, 수주잔고가 열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0.0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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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명 사장 지분 53.3% 인수 추진...인수금액 2조 7000억 원 안팎
IBK증권, 2030년까지 수주잔고 10조 원으로 추정

롯데그룹 화학계열사 롯데케미칼이 전기차 배터리 음극 집전체와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전자회로도(PCB)의 부품인 동박(銅箔,일렉포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상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다. 허재명 사장은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다. 형이 일진그룹 지주사 일진홀딩스 허정석 회장이다.

롯데케미칼 로고
롯데케미칼 로고

금융투자업계는 시가총액 대비 높은 프리미엄 거래, 추가 투자금 필요, 중국 공급 확대와 상대적으로 늦은 배터리 시장 진출 등을 염려하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의 주가 하락도 이런 염려를 반영한 것이다.

IBK투자증권은 4일 롯데케미칼에 대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수주 잔고를 볼 것을 주문하면서 목표가 21만 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롯데케미칼 종가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9월30일 종가에 비해 3.82% 오른 14만9500원을 기록했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롯데케미칼은 허재명 사장이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포브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롯데케미칼은 허재명 사장이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포브스

이동욱 IBK증권 연구원은 이날 '롯데케미칼, 명품은 비싸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금액은 2조7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계열사인 미국의 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기업(LOTTE Battery Materials USA, LBM)의 주식 100주를 2750억 원에 추가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에 필요한 투자 재원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LBM이 2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고, LBM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이 신주 전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LBM은 롯데케미칼이 미국에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6월 설립한 회사다. 설립 직후 LBM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1383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롯데알미늄 양극박(양극재 코팅용 알루미늄 소재) 현지 법인의 지분 70%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제조 공정. 일진은 두께 1.5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제조 공정. 일진은 두께 1.5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이동욱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제품에 대한 탑티어(Top-Tier)급 기술력,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 경험·노하우 보유, 메이저 배터리 업체들과의 장기공급계약 물량 존재 등을 고려하면 최근 주가 하락에도 높은 프리미엄 거래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의 국내외 연간 생산량 규모는 2021년 말 기준으로 6만t 수준이다. 2024년까지 스페인 공장 준공 등을 통해 연간 생산량 규모를 13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수주잔고는 10조 원 이상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14배 이상으로 추정되며, 올해 6월 체결한 8조5262억 원의 동박 공급계약은 계약 상대방과의 상호 합의에 따라 추가 계약 규모를 20%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동박 공급 증가세는 대단히 거세다. ICC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중국 배터리용 동박 생산량은 3만1200t으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24.9% 증가했고, 항디안(Hangdian), 지아위안(Jiayuan Technology), 하이량(Hailiang), 마이 더하오(Mai Dehao), 화신(Huaxin Materials), 종위(Zhongyi) 등이 9월에 신규 가동과 대규모 신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 동박 산업은 집중적인 생산능력 확대 단계에 있지만 계획된 생산능력의 방출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티타늄 드럼을 포함한 동박 제조장비들의 원활한 조달이 내후년까지도 힘든 상황이며, 신규 진입 속도·라인 정상 수율 획득·제품 인증 등에 대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방 배터리 플랜트와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성이 큰 미국 등에서는 중국 제품에 대한 원산지 관련 소음도 지속될 것으로 그는 봤다.

이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배터리 소재 시장 진입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박 사업 인수, 전해액 유기용매 플랜트 신설, 분리막 사업 확대, 바나듐 배터리 전해액 투자, 금속박 생산능력 증대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소재부문 매출액을 3조30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면서"자금 부담은 상존하나 현재 과도하게 저평가 받는 멀티플의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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