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의 정치적 감산, 러시아만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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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정치적 감산, 러시아만 배불린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0.09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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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가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합의가 러시아에게만 유리한 결정이며 타이트한 공급 여건과 정치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는 단기로는 상승 모멘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지난 5일 11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배만 불리는 정치적 합의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 건물. 사진=OPEC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지난 5일 11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배만 불리는 정치적 합의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 건물. 사진=OPEC

 OPEC+는 지난 5일 10월 정례회의를 갖고 감산에 합의했다. 9월에 이어 두 번째 감산 결정으로, 11월 원유 생산량을 8월 생산량에 비해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OPEC+는 이에 대해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을 감산의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감산 폭은 2020년 4월 이후 가장 컸지만, 시장 예상 수준(하루 50만~200만 배럴)에 부합했기 때문에 감산 발표 후 유가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5일 미국 서부텍사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24% 오른 배럴당 87.76달러를 기록했지만 7일에는 전날에 비해 4.74% 배럴당 92.6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거래일간 16.54%(13.15달러) 상승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8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종가 기준으로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8월30일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선물가도 이날 배럴당 98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8월 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유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오를까다. 이와 관련해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으로 원유시장은 연말까지 타이트한 수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OPEC+ 회원 산유국들은 대체로 합의한 쿼터보다 적게 생산하고 있어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실제 감산량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사진=하나증권
OPEC+ 회원 산유국들은 대체로 합의한 쿼터보다 적게 생산하고 있어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실제 감산량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사진=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하루 200만 배럴은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2% 수준이지만 회원국들이 이미 합의된 할당량(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어 실질 감산 규모는 일일 100만 배럴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비아가 생산을 재개하며 OPEC 생산량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국가별로 보면 회원국 대다수가 쿼터보다 적게 생산 중인데 특히 러시아의 9월 원유 생산량은 쿼터보다 하루 26만 배럴 가량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결국 감산이 실제 공급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이번 감산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즉 EU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8차 대러 제재에 합의했는 데(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 시 10월6일부터 공식 발효),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면서 가격상한제를 택한 국가에는 원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유럽의 에너지 도입 비용이 더 늘 어나며 EU 회원국들 내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OPEC의 결정은 러시아에게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 연구원은 지적했다.

미국은 전략 비축유 방출로 대응할 태세다. OPEC의 증산을 압박해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OPEC+의 감산 결정이 근시안적 이라고 비판하며 11월에 1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1월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은 부담일 수 밖에 없기 때뭔에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전략비축유(4억 1600만 배럴)는 상업용 원유 재고(4억 2900만  배럴)보다도 적다. 결국 유가가 안정되기 시작하면 미국 정부는 비축유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에 대한 경계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 연구원은 "타이트한 공급 여건과 정치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는 단기로 상승 모멘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UBS 글로벌자산운용은 브렌트유 가격이 수분기 동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브렌트유가 향후 3개월 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뒤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 간 평균 10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기준으로 WTI 유가는 95달러까지 상승한 뒤 6개월 내에 평균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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