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48엔 육박 32년 사이 최저...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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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48엔 육박 32년 사이 최저...어디까지 갈까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10.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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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총재 시장 개입 안해
일부 전문가 160엔, 심지어 185엔 전망

일본 엔화 가치가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일본금융당국이 돈을 계속 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미국달러와 견준 엔화 가치 약세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 185엔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상승으로 일본 가계와 기업은 비용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엔화 약세는 일본 제품의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낮추는 만큼 경합제품이 많은 한국 수출에는 악재가 된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조치로 달러가치가 급등하고 일본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일본 엔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사진은 일본 지폐. 사진=CNews DB
미국의 고강도 긴축조치로 달러가치가 급등하고 일본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일본 엔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사진은 일본 지폐. 사진=CNews DB

15일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147.67엔까지 오른데 이어 14일에는 148엔대까지 상승했다.이는 일본 정부가 엔화가치 방어를 24년 만에 시장개입을 단행한 지난달 22일 2조 8400억엔을 풀면서 시장에 개입했을 당시 엔달러 환율(145.90엔) 최고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엔화 가치는 1990년 이후 32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잔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 모니터가 달러당 147.866엔까지 하락한 엔화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엔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잔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 모니터가 달러당 147.866엔까지 하락한 엔화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엔화 가치 하락(엔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신한은행 김찬희 책임연구원은 14일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전주에 비해 1.7% 절하됐다"면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확대와 미일 금리 차 확대 영향도 동반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는 등 기준금리 올해 4%를 돌파하고 내년에 5%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의 영향을 받았다.

13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8.2%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둘째는 사정이 이렇지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돈을 더 푸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뜻을 재확인한 게 영향을 미쳤다. NHK 보도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구로다 총재는 1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푸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엔달러 환율 상승을 촉발했다. 사진=아사히신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구로다 총재는 1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푸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엔달러 환율 상승을 촉발했다. 사진=아사히신문

구로다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8%, 10%인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하다"면서도 "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 중인 미국과 비교해 일본 경제의 회복 속도는 느리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신선식품을 제외하면 2.8% 수준으로 내년에도 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가 목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위해 금융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편 경기 부양책을 올해 상반기 중 거두고 긴축에 나섰지만 일본만 '나홀로'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 중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3.25%로 미일간 기준금리 차이는 3.3% 넘게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정반대로 가는 일본의 통화정책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모하메드 아파브하이 아시아태평양 투자전략부문장은 "미국이 긴축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엔달러 환율이 160엔이나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185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은 일본 금융당국의 추가 개입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일본은 지난달 22일 2조 8400억 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여 환율 방어에 나섰다. 당시 145엔대인 환율인 일시 140엔대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다시 회복해 현재는 시장개입 당시보다 3엔정도 오른 수준에 있다.엔화가치는 올해 3월 이후 약 33엔 평가절하됐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구로다 총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변동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변동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구두 경고를 이어갔다. 그러나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리가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은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자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일본 가계와 기업 재정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사히신문도 같은날 환율상승은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가계와 기업에 무거운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가계 생활비가 지난해와 견줘 연간 8만 원 증가하고 기업들의 내수 수요의 절반에서 수익성이 나빠졌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빠듯한 재무상태는 투자감소와 소비지출 감소 형태로 일본 경제회복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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