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의 고민 "환율탓에 통화정책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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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의 고민 "환율탓에 통화정책 더 어렵다"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10.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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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경제연구소 연설서 밝혀
신한금투 "강달러 재부상, 원달러 1400원대 중반" 예상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즉 우리 원화가치가 그만큼 빨리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물가 억제를 위해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편게 근인이어서 외환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도 환율 상승 속도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해서 방치할 수도 없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가 승상한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상태가 타격을 입어 소비지출 감소와 기업 투자 둔화 등으로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된다. 그렇기에 외환당국의 고민의 골이 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 통화정책이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이 총재는 "급격한 환율변동이 금융안정에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 이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지난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지난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15일 오전(미국 현지시각)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G)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한은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는데 이 총재는 환율 여건을 금리인상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3일 1431.24원으로 마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4.73원으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고 미국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새로운 여건 하에서 며칠 전 한국은행은 금리를 0.50% 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와 같이 다시 한번 빅스텝을 결정한 것은 7~8월에 언급한 포워드가이던스의 전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의 환율상승으로 5~6%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한국은행은 특정 수준의 환율을 방어하려 하지는 않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이 금융안정에 가져올 수 있는, 예를 들어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과 함께 주요 중앙은행 중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크게 절하되면서 9월 들어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원화는 위안화에 대한 대리통화로서 추가 압력을 받으면서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DXY)와 유사한 정도로 절하된 원화는 8월 중순 이후 미 달러화 강세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절하되면서 쏠림현상까지 나타나 한국은행은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환시장개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금융·경제여건은 과거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1997년과 2008년 때와 크게 달라 위기 가능성이 높지 않고 현재의 환율 평가절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요 나라에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일반인에게 적극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외채무가 자산보다 많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지 못해 만기와 통화의 동시불일치 문제가 큰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와는 달리 현재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1%에 이르는 순대외금융자산(NIIP)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41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낮아진 외환보유액대비 단기외채 비율 등을 감안할 때 외화 유동성도 매우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의 폭에 대해서는 7월과 달리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11월 미 Fed의 결정, OPEC+(플러스)의 감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움직임, 중국의 당대회 후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가능성,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원화와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결정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1400원대 중반 재상승을 예상한다. 은행 직원이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사진=CNews DB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원화와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결정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1400원대 중반 재상승을 예상한다. 은행 직원이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사진=CNews DB

한편,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하면서 예상을 웃도는 것으로 나와 연방준비제도(Fed)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4연속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주요국 통화의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12수준이다. 일본 엔화가치는 달러당 148엔대에 육박한 147.12엔이고 위안화도 달러당 7.1695위안 수준으로 약세행보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나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엔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도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정책을 펴는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 모니터가 달러당 147.866엔까지 하락한 엔화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엔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나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엔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도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정책을 펴는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 모니터가 달러당 147.866엔까지 하락한 엔화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의 김찬희 책임연구원은 14일 "강달러가 재차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찬희 책임연구원은은 "11월 FOMC 이전 주요 지표인 고용과 물가가 시장 예상을 웃돈 가운데 Fed 위원들의 발언 역시 매파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 중반으로 재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달러 압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우세하다"면서 "Fed의 긴축 경계나 유럽발 금융불안이 고조될 경우 위험선호 심라가 위축돼 원화매도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며,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와 9월 동행지표  흐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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