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고강도 긴축, 변동금리 대출 '영끌족'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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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고강도 긴축, 변동금리 대출 '영끌족'의 고통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10.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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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ank of Canda)이 2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중에는 이번에 캐나다은행이 이번에 0.7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선제조치라고 한다. 만약 소문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다면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25%에서 연 4%로 올라간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연 3.00~3.25%라는 점을 감안하면 캐나다는 서방 선진국 중 기준금리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물가억제를 위한 캐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이 매수에 선뜻 나서길 꺼릴 것으로 보인다. 매물로 나와 있는 캐나다 단독 주택. 사진=파이낸셜포스트
물가억제를 위한 캐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이 매수에 선뜻 나서길 꺼릴 것으로 보인다. 매물로 나와 있는 캐나다 단독 주택. 사진=파이낸셜포스트

기준금리가 오르면 각종 금리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캐나다인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받는 장기 대출 금리가 올라갈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 받는다면 금리부담이 훨씬 커진다.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산 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주택 수요자들이 선뜻 주택매수에 나서기가 어려운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보여온 캐나다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것인지 주목된다. 

캐나다 기준금리 추이. 캐나다는 올해 1월26일까지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했으나 3월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5%로 인상한 뒤 4월(0.50%포인트)과 6월(0.50%포인트), 7월(1%포인트), 9월(0.75%포인트) 연속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사진=캐나다은행
캐나다 기준금리 추이. 캐나다는 올해 1월26일까지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했으나 3월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5%로 인상한 뒤 4월(0.50%포인트)과 6월(0.50%포인트), 7월(1%포인트), 9월(0.75%포인트) 연속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사진=캐나다은행

캐나다은행은 맹위를 떨치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3월부터 총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에 다라 0.25%인 기준금리는 현재 3.25%로 9개월 만에 3%포인트나 올라갔다. 그만큼 캐나다는 강도 높은 긴축을 해왔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가 문자 그대로 '고공행진'을 한 데 대한 대응조치였다. 1년 전과 비교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월 8.1%, 7월 7.6%, 8월 7%, 9월 6.9%를 기록하는 등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9월 4.4%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내려서 물가가 떨어졌다고 한다. 휘발윳값은 월간 기준으로 8월과 9월 각각 9.6%, 7.4% 각각 내렸다. 1년 전과 비교해도 휘발윳값은 확실히 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 8월에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2.1%가 올랐으나 지난달에는 상승률이 13.2%로 둔화됐다. 

식료품 가격은 급등했다.가게에서 구입하는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에 비해 8월 11.9%에 이어 9월 11.4% 올랐다. 올들어서 상승폭이  가장 크다. 다른 모든 항목에 비해 많이 오른 게 식료품이다. 날씨가 좋지 않은데다 비료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식품 가운데 쇠고기가 7.6% 올랐고 낙농제품이 9.7%,빵류가 11.4%, 신선채소가 11.8% 각각 상승했다. 

그런데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즉 근원물가를 보면 '요지부동'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8월 5.3%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도 5.4% 올랐다. 이는 캐나다의 물가 상승률이 단순히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만의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임금(인건비)과 주거비(주택비), 가구와 자동차 등 내구재를 포함해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임금만 보면 1년 전에 비해 5.2% 올랐다. 물가상승률 보다 낮다보니 근로자들은 더 올려줄 것을 요구한다. 

퀘백주 최대 금융회사인 데자르댕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캐나다은행이 이달 0.75%포인트, 12월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4.25%가 된다. 

과열현상을 보인 주택시장만 본다면 시장 진정 차원에서 금리 인상은 필요해 보인다. 캐나다의 주택시장은 문자 그대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캐나다  부동산 협회(CREA)에 따르면, 기존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 2월 81만670달러로 꼭지점을 기록한 후 하강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달 64만 479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7% 내린 것이지만 한 달 전에 비해서는 0.44% 오른 값이다. 

캐나다 주택 가격 현황. 사진=WOWA/캐나다부동산협회
캐나다 주택 가격 현황. 사진=WOWA/캐나다부동산협회

밴쿠버는 115만5300달러, 토론토는 111만 700달러, 해밀튼 84만2000달러, 오타와 64만3000달러였다. 필자가 사는 몬트리올은 51만1400달러로 나타났다. 13일 기준으로 몬트리올의 주택 매매 가격은 56만2432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2.8% 상승했다. 단독주택 중간값은  6% 오른 53만5000달러, 콘도(연립주택)는4% 상승한 38만 달러로 집계됐다.  

새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물가표지표인 대체비용지수(replacement cost index)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 5월 11.1%에서 8월에 8.4%, 9월 7.7%로 둔화됐다. 캐나다 통계청은 "전체 주택시장의 냉각을 반영한다"고 평가한다.  

뭣이든 과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의 진리는 주택 부동산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부 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은 주택소유자들의 금리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데자르댕그룹 분석가들에 따르면, 변동금리부 대출은 총 모기지 대출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이낸셜포스트 등 캐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의 주요 은행들은 이미 변동금리 대출 고객들에게 월 납부액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금융백과사전 격인 WOWA 사이트에 따르면, 5년 변동 모기지 금리는 4.25%(네스토)~5.65%(스코샤은행)로 천차 만별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은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다. 물가를 잡겠다는 중앙은행의 서슬퍼른 칼날에 애꿎은 주택소유자들만 혼이 날 것 같다. 머지 않아 변동금리로 장기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소유자들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영' 터져나올지도 모르겠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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