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 화면, 공공보건 해치는 위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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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화면, 공공보건 해치는 위험 요소"
  • 에스델리 기자
  • 승인 2020.02.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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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주정부, 올 연말까지 대책 마련 약속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어린이,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화면 노출이 심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공공보건 문제로 시급히,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 화면과 컴퓨터 모니터 노출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비디오게임 중독, 각종 테크놀로지가 심신에 미치는 영향 등등 다양한 내용을 토의한 이번 포럼에서 참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지적했다. 

10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한 포럼 참석자들이 젊은 사람들의 디지털 기기 화면 과다노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10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한 포럼 참석자들이 젊은 사람들의 디지털 기기 화면 과다노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10일(현지시각) 퀘벡주 최대 일간지 주르날드몽레알 보도에 따르면, 퀘벡 주정부 전자정부 구축 담당 에릭 께르(Éric Caire)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자기 아들이 게임 중독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이 문제가 한층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머무는 사이버 세계를 모르는 부모로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에릭 께르 장관과 함께 포럼에 참석한 리오넬 까르망(Lionel Carmant) 퀘벡 주 사회보건복지부 장관대행은 올 연말까지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이 아동, 청소년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몬트리올대학 부설 쌩뜨-쥐스띤 병원(CHU Ste-Justine) 정신과의 빠트리시아 콘로드(Patricia Conrod) 박사는 퀘벡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마트폰 화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딱 잘라 말했다. 

콘로드 박사는 각급 학교에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청소년들이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7~8시간에 이른다면서 앞으로 컴퓨터 모니터가  건강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현 상황이 담배의 악영향에 무지했던 1970년대 상황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테크놀로지 회사에 근무하는 부모 가운데 자녀를 '오로지 종이, 연필, 칠판만 있는 학교'에 보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곱씹어보자고 제안했다.

몽모랑시 칼리지(Collège Montmorency) 심리학과의 따니아 트랑블레(Tania Tremblay) 교수는 이 분야의 연구가 불충분하고 연구의 방향도 빗나간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는 자녀 때문에 가족의 유대감이 헝클어지고, 이 때문에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는 부모들의 불평은 크게 늘어나는데 스크린, 모니터 사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살피는 연구는 없다는 것이다.   

퀘벡 자유당의 앙드레 포르땡(André Fortin) 의원은 전문가들의 견해에는 십분 동의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포르땡 의원은 다음 포럼에 퀘벡 교육부 장관도 참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세 이하 아동은 하루 2시간 이상 스크린에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만큼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이버 응급센터의 꺄띠 떼트로(Cathy Tétreault) 국장은 사이버 중독 문제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퍼졌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쟝-프랑수와 로베르쥬(Jean-François Roberge) 퀘벡 교육부 장관이 관심을 갖고 다음 포럼에 참석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크린, 모니터 사용의 악영향은 즉각 나타난다. 꺄띠 떼트로 국장은 저연령 아동일수록 하루 두 시간 이상 화면에 노출될 경우 언어 이해력과 학습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명확히 증명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신체적 영향도 곧장 드러난다. 검안(檢眼) 전문의 랑지 미쇼(Langis Michaud) 씨는 '노인의 눈을 가진 청소년'을 수없이 만난다며 부모들이 자녀의 스크린 사용에 관해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2세까지는 스마트폰 화면에 전혀 노출되지 말아야 하며, 2~5세는 하루 1시간, 6세 이상은 하루 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동과 청소년의 스크린 노출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지목됐다. 퀘벡 주 청소년의 82%가 스마트폰 화면, 컴퓨터 모니터 등 각종 스크린을 통해 끊임없이 알림을 받으며, 이 탓에 정신, 육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몬트리올대학 부설 쌩뜨-쥐스띤 병원 정신과의 빠트리시아 콘로드 박사는 '청소년들에게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해악'이라고 단언했다. 청소년 4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NS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울증, 불안감, 음주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콘로드 박사는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예를 들어 청소년의 음주를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하는 등 사회적 가치관을 왜곡시킨다고 비판하면서  퀘벡 주가 세계 최초로 나서서 GAFAM(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자)에게 인공지능을 사용해 청소년에게 유해한 메시지를 걸러내도록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화면 노출이 심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이 포럼은 오는 3월 20일, 전자전산업계, 각급학교 교사 등 현장 실무자들을 초빙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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