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 5.7%↑···한국은행 금리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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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소비자물가 5.7%↑···한국은행 금리인상 '딜레마'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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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 탓...석 달 만에 상승폭 확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5.7% 올라 오름폭이 전달에 비해 커졌다. 석유류의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에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23.1% 오르면서 물가가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1분까지 5%대 소비자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한은이 물가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카드를 쓸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고(高)물가가 꺾이지 않아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거세지면서 한은이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둔  한은의 고심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해 비해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통계청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해 비해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통계청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5.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오른 뒤 8월 5.7%, 9월 5.6%로 둔화하다가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에 대해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전기·수도·가스의 오름세가 확대되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가 10.7%, 가공식품은 9.5% 각각 오르면서 공업제품이 6.3% 올랐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6월 39.6%까지 오른 뒤 7월 35.1%, 8월 19.7%, 9월 16.6%로 둔화했다. 이 같은 영향에 전체 물가에 대한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6월 3.24%포인트에서 9월 2.32% 포인트, 10월 2.20% 포인트로 낮아졌다.

농축수산물도 5.2% 올랐지만 9월(6.2%)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졌다. 농산물이 7.3% 오르면서 전월(8.7%)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채소류는 21.6%, 축산물은 1.8% 각각 상승했다. 수산물은 6.5% 올라 9월(4.5%)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한국전력이 10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7.4원 올리면서 다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이 10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7.4원 올리면서 다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전기·가스·수도는 23.1% 상승하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도시가스요금, 전기료, 지역난방비는 각각 36.2%, 18.6%, 34%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10월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된 여파다.한국전력은 10월1일부터 전기요금을1킬로와트시(kWh)에 7.4원 올렸고, 한국가스공사는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7원 인상했다. 산업용·영업용 전기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요금이 오르면서 상품·서비스 등 다른 분야 물가가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도 9월 0.48%포인트에서 10월 0.77%포인트로 높아졌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전월(6.4%)과 같은 6.4%로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집세는 1.7% 올랐고 개인서비스는 6.4%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8.9%,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4.6% 각각 상승했다.

한편, 물가의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9월(4.5%)보다 상승세다. 근원물가는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식료품과 에너지제외지수도 같은 기간 4.2% 오르면서 2008년 12월(4.5%)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 상승률(6.5%)과 같다.계절과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같은 기간 11.4% 올랐다.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4.9% 상승했다.

어운선 심의관은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분석 석유류 가격 동향과 외식물가, 주요 상승품목의 물가기여도.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분석 석유류 가격 동향과 외식물가, 주요 상승품목의 물가기여도. 사진=한국은행

당분간 5%대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결정 등 대외 위험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연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높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중심으로 근원 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물가 전망 경로 상에는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 증대 등에 따른 하방리스크와 고환율 지속,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에 따른 상방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높은 물가상승률과 144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을 보면 한은이 오는 24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올리는 '빅스텝'을 밟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특히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좁혀야 한다.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3.25%인데 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Fed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4.4%, 내년 연 4.6%로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줬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차이는 0.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확대된다. 

고물가와 고환율, 한미금리차, 자금시장 경색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한은의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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