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에코프로, 퀘벡에 1조 양극재 공장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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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에코프로, 퀘벡에 1조 양극재 공장 건립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11.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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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와 7억 달러(약 9878억 원) 투자

2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캐나다 퀘벡주에 희소식이 들였다.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SK온이 부품업체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미국 동부 도시와 가까운 퀘벡주 베캉쿠르(Becancour)에 양극재 소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SK온은 지난 7월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출범시켰다. SK온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이 공급한다.  

정확한 부지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몬트리올시와 퀘벡시 사이에 있는 베캉쿠르강 남쪽 연안에 있는 산업단지 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몬트리올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쯤 된다.

포드와  경쟁하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 배터리 소재기업 포스코케미칼도 합작공장을 퀘벡주에 세울 예정이어서 퀘벡주는 북미 이차전지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머지 않아 퀘벡주 배터리 산업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마저 나온다.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에 양극재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에코프로비엠, SK온, 포드 로고. 사진=에코프로비엠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에 양극재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에코프로비엠, SK온, 포드 로고. 사진=에코프로비엠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와 저스오토 등은 지난 4일 한국 이차전지 생산업체인 SK온과 한국내 최대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캐나다 퀘벡주에 양극재 공장을 짓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를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몇 개월 안에 베캉쿠르 공장에 7억 달러 이상(약 9878억 원)을 투자하는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퀘벡주 주정부 관계자도 에코프로비엠과 포드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SK온 측은 "확정 된 것은 없다"고 답하고 에코프비엠 측은 답변을 거절했지만 포드는 "공장부지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코프로비엠이 퀘벡주에 양극재 공장을 조성하는 것은 북미산 배터리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온과 에코프로비엠,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 위치. 사진=베캉쿠르산업단지
SK온과 에코프로비엠,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 위치. 사진=베캉쿠르산업단지

이들 세 회사는 지난 7월 북미 지역 양극재 생산시설 설립과 투자를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3개사는 논의 끝에 캐나다 퀘벡주를 최적의 공장 부지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양극재는 SK온과 포드의 합작 배터리 법인인 블루오벌SK에 공급돼 테네시와 켄터키주 포드 공장에 납품된다.

캐나다에선 다소 낯선 에코프로비엠은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자회사로 실력이 쟁쟁한 기업이다. 2016년 에코프로에서 2차전지 사업 부문을 분할하면서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 1조4856억 원, 영업이익 1150억 원을 올렸다. 2020년 기준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27.6%로, 일본 스미토모 광산(48.8%)에 이어 세계 2위이자 한국내 1위 업체다. 충북 청주와 경북 포항공장에서 연간 9만5000t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해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헝가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2월 헝가리 제2의 도시인 데브레첸시에 9700억 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헝가리 제1공장은 2024년 하반기 가동하고, 제2공장은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에코프로비엠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중장기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까지 국내와 북미·유럽에 2조8000억 원을 투자, 전기차 600만 대 생산분에 해당하는 48만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 산업단지 전경.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도 이 단지에서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를 생산한다. 사진=바스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 산업단지 전경.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도 이 단지에서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를 생산한다. 사진=바스프

SK온과 에코프로비엠이 공장을 합작공장을 지을 곳은 퀘벡주 산업도시인 베캉쿠르이다. 이곳에는 7000헥타르 규모의 산업단지가 있다. 거의 평지다. 반지름 1000km 안에 북미 인구의 근 4분의 1인 1억 명 이상의 고객이 있는 시장을 갖추고 있다.  미국 동부도시와 가까운 베캉쿠르는 광산과 인접한 원료 공급망과 물류와 산업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다.

공장에 전력을 공급할 수력에너지도 풍부하다. 주정부 소유의 전력회사 하이드로 퀘벡의 수력전력망이 근처에 있다. 이 뿐이나 아니다. 수심이 깊은 항구는 연중 운영된다.온타리오주에서 시작해 대어양으로 흘러가는 생로랑(Saint-Laurent) 강변에 산업단지가 있다.

베캉쿠르항에 정박한 대형 화물선. 사진=베캉쿠르산업단지
베캉쿠르항에 정박한 대형 화물선. 사진=베캉쿠르산업단지

퀘벡주는 이런 여건을 활용해 퀘벡주의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도 퀘벡주에 양극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고 한국 동박 생산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도 지난 7월부터 퀘벡주에 동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캐나다 전체도 광물과 수력에너지가 풍부해 발전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캐나다의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금속인 니켈 매장량은 세계 5위이며, 코발트 생산량은 8위다. 자원이 풍부하다보니 캐나다에는 광산 개발과 관련 장비와 서비스업 등이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KOTRA 토론토무역관에 따르면, 캐나다엔 1200개 이상의 탐사업체, 2500개 이상의 장비·서비스 제공업체와 3500개 이상의 광물자원·재활용 업체 등이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캐나다 광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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