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까이 있고 높지 않으며 제법 걸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파주 심학산을 들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약천사라는 '기돗발'이 좋은 사찰도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도 수월합니다. 자유로를 그냥 따라가면 됩니다.

종교를 떠나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산입니다. 높지도 않거니와 둘레길도 잘 정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가 가 볼 만한 곳입니다. 돌도 별로 없는 흙으로 된 산 길을 걷다보면 나무들이 뿜는 향취에 젖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속세를 잊게 합니다. 흙냄새, 나무향에 젖어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입니다.

걷다보면 저 멀리 일산이 보이고 한강이 보입니다. 땀은 거의 흐르지 않을 정도입니다.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산입니다. 고즈늑함을 즐기고 흙냄새와 바람이 전하는 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정화된 맑은 정화수가 된 느낌이 듭니다. 혼줄을 놓았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그렇다고 길을 잃을 염려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곳곳에 안내판이 있고 남녀노소가 줄을 이어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학산은 잘 정비된 산입니다. 높지도 않고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찾는 길이지만 안내판도 곳곳에 잘 설치돼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이나 오르는 길이나 마음을 달래서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나 하나님이나 불쌍한 중생들을 다 보살피리라 상상합니다.

약천사는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몰립니다. 그래도 조용합니다. 그럼에도 스님들을 뵙기는 힘듭니다. 절간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정확히 1년 하고 하루 전인 지난해 7일 다녀왔습니다. 약천사를 내려와 가까운 다방을 들러 차를 마시고 어두운 밤하늘을 보면서 지난 세월을 꼽아본 기억이 새롭습니다. 세월은 쏜살같이 지났지만 풍경 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