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대상 영어 진행 강좌 돈벌이 수단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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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대상 영어 진행 강좌 돈벌이 수단 전락?
  • 에스델리 기자
  • 승인 2020.02.12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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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주 세졥 교수진 '무분별, 우후죽순' 비판

"세젭 개설 영어 강좌는 한마디로 총체적 무질서다"

몬트리올의 최대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은 지난 6일(현지시각)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의 영어 진행 강좌가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다는 퀘벡 주 세졥 교수들의 비판을 이같이 전했다.

 

캐나다 퀘백주의 세젭에 개설된 영어 진행 강좌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퀘벡주르날
캐나다 퀘백주의 세젭에 개설된 영어 진행 강좌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퀘벡주르날

세졥(CEGEP)은 고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직업교육이나 정규대학 진학교육을 하는 퀘벡 주 고유의 교육기관이다. 

캐나다 다른 주의 칼리지에 해당하는 학교로 퀘벡 주 세졥 전체 교원의 85%, 1만 8000명이 소속된 전국교원동맹의 이브 드 르빵띠니(Yves de Repentigny) 부회장이 여러 세졥에 개설되는 영어 진행 강좌의 현황을 '총체적 무질서'로 정리했다.

어떤 학교는 900시간, 어떤 학교는 2000시간으로 강의 시간도 들쭉날쭉이고, 이번 학기에 개설된 강의가 다음 학기에도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고, 학교별로 그런 강좌가 몇 개인지, 어떤 유형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도 불가능하다고 드 르빵띠니 부회장은 꼬집었다.  

특히 영어로 진행되는  칼리지 직업교육 과정(attestations d’études collégiales; AEC)의 경우 많은 세졥들이 돈벌이 수단, 속칭 '젖소'로  활용하는데, 철학과 불어 같은 기본적인 강의가 제외되기 일쑤라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드 르빵띠니 부회장은 어느 학교에 영어로 진행되는 직업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아는 일이 허다하다며 100%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좌 때문에 구설에 오른 몬트리올 소재 가스뻬지 에 데 질르 세졥(Cégep de la Gaspésie et des Îles)의 예를 들었다.

퀘벡세졥연합의 베르나르 트랑블레(Bernard Tremblay) 회장은 영어 진행 강좌가 돈벌이 수단으로 쓰인다는 교원동맹의 비판에 반론을 펼쳤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좌 또한 퀘벡 주 교육부의 감독과 승인을 받아 개설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전국교원동맹은 영어 강좌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정규과정 교수들에 비해 임금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원래 이런 강좌는 이미 세졥이나 대학을 졸업한 성인들의 재교육이나 경력 전환을 주목적으로 개설되는 것인데, 외국 유학생이 크게 늘면서 언어나 문화 측면에서  교수들이 느끼는 부담 역시 크게 늘어났으므로 이런 강좌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졥에서 진행되는 직업과정에 등록한 외국 유학생은 매년 1만4000 달러라는 거금을 내야 한다.

100%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좌를 암암리에 진행해온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스페지 에 데 질르 세졥에 재학 중인 인도 출신의 어느 학생은 학비를 대기 위해 가족이 빚을 졌다고 털어놨다. 2년짜리 모바일 앱 개발 과정의 학비는 2만8000 달러. 자기 가족의 경제력을 크게 벗어난 거금이다. 이 학생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 네다섯 명이 한 아파트에 모여 산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생은 유학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는 비슷한 강의가 있어도 이론수업만 있는데 반해 이곳은 실습 위주로 진행되므로, 불어만 어느 정도 익히면 취업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인도 학생들은 예외 없이 졸업 후 취업해서 몬트리올에 남고 싶다고 얘기했다.

결국 외국 유학생들은 취업을 통해 영주권 획득을 노릴 수 있고, 학교 측은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여러 세졥이 오로지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좌를 우후죽순, 마구잡이 식으로 개설하고 있다는 세졥 교수 단체의 비판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퀘벡 주 교육부는 아무런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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