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선물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중국발 원유수요 둔화 우려 에 하락 마감했다. 중국의 코로나 규제 강화, 서방선진공업 7개국(G7)의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등 유가에 하락압력을 가할 요인들이 하나둘씩 착착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됐다.
27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 선물은 가격은 전날에 비해 2.13%(1.66달러) 하락한 배럴당 76.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1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 1월 인도분 원유선물은 이날 오전 8시30분에는 전날에 비해 0.37% 오른 배럴당 78.27달러에 거래됐으나 하락 압력에 굴복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은 2.0%(1.71달러) 내린 배럴당 83.63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 내년 1월 인도분 선물 역시 0.01% 오른 배럴당 85.35달러에 거래됐지만 역시 하락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WTI 가격은 4.78% 떨어졌고 3주 연속 하락했다. 브렌트유도 3주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이번주에만 4.6% 떨어졌다.
이날 원유시장은 전날 추수감사절 연휴와 이날 대다수 시장이 조기 폐장하면서 거래량 축소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원유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3만1987명으로 집계돼 2019년 12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베이징과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들은 방역을 강화하는 등 도시를 봉쇄하고 있어 중국의 원유 수요가 줄 것으로 관측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지만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는 계속 추진되고 있다. 당초 상한선으로 배럴당 65∼70달러 정도가 고려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상한선을 두고 회원국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원유재고 통계도 유가에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지만 휘발유 재고가 늘어난 게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연방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8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직전주에 비해 369만 배럴 줄어든 4억3166만5000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0만 배럴 감소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휘발유 재고는 305만8000배럴 늘어났고, 디젤유와 난방유 재고도 171만8000배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는 20만 배럴 증가하고, 디젤유와 난방유 재고는 7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프라이스 퓨처그룹의 필 플린 분석가는 "휘발유 재고가 상당히 충격적"이라면서 "수요가 약해지고 있거나 연휴를 앞두고 연료를 축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필 플린은 "WTI와 브렌트 모두 선물가격보다 현물가격이 높은 백워테이션 상태로 유가 하락이 지배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통상 선물가격은 리스크 등을 감안해 현물가격보다 가격이 더 비싼데 지금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온라인 외환중개사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선임 시장분석가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고 있는 확진자를 통제하기 위해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이름만 다를 뿐 봉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건은 봉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석유산업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미국의 재고증가, G7의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가 유가를 밀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임환열 연구원은 " G7 국가 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는 러시아 원유 가격보다 높은 65~70달러 선에서 정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에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며 유가가 하락했다"면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형설될지 불확실한 상황 에서 뚜렷한 가격 방향성 부재한 데다 유럽 침체와 중국 코로나 재확산 등에 수요도 부진 여파 지속될 전망인 만큼 WTI 가격은 배럴 당 70달러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