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분 두고 대주주 경쟁 왜 ?
상태바
고려아연 지분 두고 대주주 경쟁 왜 ?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1.30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윤범 부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 지분율 격차 3.5% 이내로 좁혀져
3.5% 인수하려면 최대 5800억 원 필요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둘러싼 대주주 가문의 대립이 치열하다. 대주주간 지분율 격차가 3.5%이내로 좁혀졌는데 추가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5%를 인수하려면 80만 원 기준으로 58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가 추정이다. 전략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통한 협력관계 강화, 신사업 투자라는 해석도 있다.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윤범 부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각각 맡아 경영하는 독특한 기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구조에 금이 가고 있는 듯하다는 평가가 계속 나온다.

고려아연은 연간 금 12t을 생산한다. 고려아연 사명 로고. 사진=고려아연유튜브 캡쳐
고려아연은 연간 금 12t을 생산한다. 고려아연 사명 로고. 사진=고려아연유튜브 캡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올해 3분기(7~9월)에 고려아연 주식 11만540주(지분 0.56%)를 550억원에 매입했다. 2021년 4월 고려아연 주식 4만4570주(0.22%)를 400억원에 사들인 한국타이어는 이번 매입으로 보유 고려아연 지분이 0.78%로 늘었다. 내화물(벽돌) 업체인 조선내화도 지난 3분기에 고려아연 지분 3만9000주(0.21%)를 210억 원에 사들였다.

고려아연은 또 지난 23일 한화그룹, LG화학,트라피규라와 모건스탠리, 한국투자증권 등과 자사주 지분 6.02%를 맞교환하고 매각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오른쪽)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 최내현 대표가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오른쪽)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 최내현 대표가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과 (주)한화는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1.97%와 1.2%를 확보했다.고려아연은 LG화학 지분 0.52%, 한화지분 7.25%를 확보했다.

또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규라는 자회사가 2025억 원을 투자해 고라여연 지분 1.55%를, 모건스탠리는 653억 원을 투자해 0.50%, 한국투자증권은 1045억 원을 투자해 0.79%를 각각 확보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한화H2와 한화임팩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고려아연 지분 6.88% 확보했다. 모두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한 최 부회장 측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최윤범 부회장과 우호 주주 지분합계는 총 14.88%인데 여기에 LG화학 등의 지분 12.89%를 더한 최 부회장 측 우호 지분은 27.47%에 이른다.

한화H2에너지USA와 고려아연 사업협력 내용. 사진=한화
한화H2에너지USA와 고려아연 사업협력 내용. 사진=한화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타이어와 조선내화 오너일가가 고려아연 최윤범 부회장과 친밀한 관계"라면서 "최 부회장의 우호 주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형진 고문 측도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장 고문이 100% 소유한 경영컨설팅업체 에이치씨와 장 회장의 장남 장세준 대표가 경영하는 영풍그룹 계열사 코리아써키트가 지난 8월 고려아연 지분 0.03%를 확보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장씨 일가 기업인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6.11%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 장형진 고문이 3.63%, 장씨 일가 1.51% 등 고려아연 지분 31.25%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한 최 부회장 일가가 지분을 늘리는 것은 지배력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장 회장 일가 지분(31.25%)이 최 부회장 측 지분(27.47%)에 비해 많지만 근소한 차이다. 그 격차를 벌리거나 뒤집기 위해 두 일가가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증권가는 고려아연이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신사업 투자를 하는 것으로 성장을 위한 공격적 전략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최씨 일가를 지원한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SI와 FI 유치를 통한 협력관계 강화와 신사업 투자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박성봉 팀장은 "LG화학과 고려아연은 북미에서 리사이클과 전구체 연계사업 추진, 국내 전구체 설비 증설, 배터리 리사이클 원재료 사업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트라피규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트라피규라는 배터리용 니켈 정광을 공급하고 추후 합작사 형태로 니켈 제련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와 한국투자증권 투장와 관련해서는 박 연구원은 "유치한 투자금 가운데 698억 원은 온산제련소 내 아연과 납 제련공정 후 남은 부산물에서 추가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퓨머 (fumer)6기 가운데 1기를 리사이클링 구리를 제련하는 설비로 개조하는 데 사용된다"면서 "이로써 재활용 구리 생산능력이 연간 4만t에서 6만t으로 확대되는 등 구리 제련 설비 2만t 증설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개조기간은 내년부터 2025년1월 말까지다.

박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전량 처분(교환)으로 최대주주(장씨)그룹과 우호지분을 포함한 2대주주(최씨)그룹간의 지분율 차이가 3%대 내외로 축소됐다"면서 "계열분리에 대한 양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추후 추가 지분 확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과 한화가 최씨 일가가 이끄는 고려아연을 중장기 사업 파트너로 지원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면서 "이 때문에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에서 최씨 일가가에 우호적인 지분율이 27.8%, 영풍 장씨 일가의 지분율이 31.25%로 지분율 격차가 3.5%까지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최씨 일간의 독자 신사업 추진, 안정적 경영권을 위한 것이라면 이사회 일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을 대비해 올해 12월 말까지 최대 주주가 돼야 한다"면서 "지분 3.5%를 추가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난 24일 종가기준(65만8000원) 4700억 원, 80만 원 기준으로는 5800억 원이 필요한데 부담스런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화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전례가 있듯이 LG화학이라는 든든한 사업 파트너를 두고 유상증자 선택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과연 누구의 진단이 맞을까?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