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국제유가 예측 불가 변수 많아 불확실성 높다"
상태바
한은"국제유가 예측 불가 변수 많아 불확실성 높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2.20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로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수급요인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오를 요인과 내릴 요인이 뒤섞여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한국은행 진단이 나왔다. 

주요 기관 국제유가 전망. 사진=한국은행
주요 기관 국제유가 전망.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0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보고서에서 "주요국 통화긴축 지속, 중국 경기부진 등으로 전세계 석유수요 증가세는 올해 하반기 이후 상당폭 둔화됐으며 내년에도 수요둔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 대다수 주요 기관들은 내년 중 전세계 석유수요 전망치를 하향조정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의 견조한 석유수요 증가세를 반영하여 내년 수요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관은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92.4달러로 올해 연평균 101.5달러에 비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 3사도  배럴당 95.8달러로 올해 103달러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배럴당 70달러대인 국제유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9일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1.21%(0.90달러) 오른 배럴당 75.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2월 인도분 선물은 1.04%(0.82달러) 상승한 배럴당 79.86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와 주요 기관 전망치 변동성. 사진=블룸버그/한국은행
국제유가와 주요 기관 전망치 변동성. 사진=블룸버그/한국은행

여행수요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항공유 등 관련 석유제품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고유가에 따른 차량연료 소비 증가세 둔화, 산업용 수요 부진 등으로 휘발유, 경유 등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라니냐 등으로 북반구 기온이 평년 수준을 웃돌면서 동절기 난방수요가 당초 우려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점이 최근 석유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방역조치 완화 과정에서 감염자 급증 등으로 혼란이 가중될 경우 중국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감염자 급증이 일시노동력 감소로 이어지면서 향후 수개월간 경제에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경제가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될 경우 유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중국의 석유수요(하루 약 1500만 배럴)가 전년에 비해 하루 40만 배럴 감소하겠지만 내년에는 하루 약 8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타타르스탄 유전 전경.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최고가격을 배럴당 60달로 정하는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러시아투데이
러시아 타타르스탄 유전 전경.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최고가격을 배럴당 60달로 정하는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러시아투데이

공급 측면에서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 영향은 현재까지 미미한 것으로 한은은 평가했다. 최근 서방이 도입한 유가 상한제와 러시아산 원유 해상수입금지 조치 등이 원유공급을 상당 부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는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배럴당 60달러인 상한가격이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9일 추정치 배럴당 54달러)을 웃돌면서 러시아가 그동안 공언한 감산 등 보복대응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국영 재보험사(RNRC)를 통해 자체 보험을 제공하는 한편 100척이 넘는 노후 유조선으로 '그림자 선단'을 꾸리는 등 제재 우회 방안을 마련해삳. 그림자 선안은 글로벌 정유사, 보험업계와 거래하지 않고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하는 유조선들로 2012년 미국의 이란 제재를 계기로 크게 증가했다.

향후 상한가격 재산정, 내년 2월로 예정된 EU의 러시아산 디젤유 등 석유제품 수입제재 조치 등 제재 관련 공급불안 요인은 상존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그림자 선단 역시 선박수 부족과 노후화로 물류 측면에서 공급 불안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러시아의 대EU 디젤유 수출이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석유제품 수출제재가 개시되면 관련 제품의 시장 공급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주요 산유국 증산여력 제한된 것은 유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혔다. 고유가 유지를 위한 감산기조 지속, 비핵심 회원국의 투자 부족 등으로 OPEC의 증산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미국 등 비OPEC 산유국의 공급도 크게 확대되기 어렵다고 한은은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주요 회원국(OPEC 생산량의 약 70%)은 대체로 목표량만큼 생산하고 있으나, 다른 회원국들은 생산량이 목표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향후 증산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비핵심 회원국의 생산능력은 정치 불안, 주요 에너지기업의 투자감소에 따라 정체되고 있으며, 사우디와 미국간 관계가 다소 변화하고 있는 점도 증산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을 해온 미국 셰일업계는 환경규제 강화, 투자규율 강조,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증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한은은 밝혔다.

결국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둔화 등 주로 수요 측면의 하방압력이 부각되면서 올해 하반기들어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OPEC의 감산기조 유지, 대러 제재 강화 등 공급 측면의 불안 요인이 적지 않게 잠재해 있어 상방리스크가 상존해 있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한은은 아울러 주요 원유시장 수급요인 중에는 러시아의 가격상한제 대응 등 지정학 요인과 중국내 방역조치 완화와 감염병 재확산 양상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