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 사실상 금리인상 왜 했나...정책변화 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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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 사실상 금리인상 왜 했나...정책변화 간보기?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12.2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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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물가상승에 금리 인상 처방전....엔화강세·주가 2.46% 하락
구로다 "출구 전략 논의 시기상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예상을 깨고 사실상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금융완화를 축소하고 장기금리 상한을 0.5%로 두 배로 높인 것이다. 엔저에 따른 물가상승에 금리인상 처방전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엔화는 강세, 미국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도쿄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2.46% 하락했다. 일본 정부가 긴축조치를 하고 있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날 정책결정은 일본에서도 서서히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일본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일 금륭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동결하되 장기금리 변동폭을 기존보다 두 배로 늘리면서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구로다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일 금륭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동결하되 장기금리 변동폭을 기존보다 두 배로 늘리면서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구로다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0.1%로 동결했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 0.25% 정도'에서 '± 0.5% 정도'로 두 배로 확대해 이날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국내 10년물 장기금리 변동 폭을 ±0.2%에서 ±0.25%로 넓힌 이후 1년 9개월 만에 다시 폭을 넓힌 것이다.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이 기조를 일부 변경한 것으로 해석됐다. 

BOJ는 장기 국채 매입 규모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기존 7조3000억 엔에서 9조 엔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 등 일본 언론들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해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은 시장에서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동 폭 확대는) 장단기 금리 조작이 더 안정되게 기능하도록 한 것이지 금리 인상이나 금융 긴축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약 10년간 지속해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부작용을 웃돌고 있다"면서 "금융정책의 틀이나 출구 전략 등에 대해 자세하게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BOJ가 장기금리 변동 폭을 확대한 것은 급격한 엔저(엔화 약세)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치솟으면서 가계와 기업이 타격을 받는 데 대한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엔화 지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동결하되 장기금리 상한을 기존보다 두 배로 높여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엔화가치가 오르면서 엔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사진=CNews DB
일본 엔화 지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동결하되 장기금리 상한을 기존보다 두 배로 높여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엔화가치가 오르면서 엔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사진=CNews DB

이날 외환시장에선 한때 1달러=132엔대 후반까지 가는 등 8월 중순 이후 4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일본 엔화는 통화긴축을 하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BOJ가 금융완화·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약세를 보여왔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1일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오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약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넘은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엔저는 일본 경제에 큰 폐해를 낳았다. 에너지와 원자재 등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6% 오르며 4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BOJ의 물가목표치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교도통신은 "대규모 금융완화는 경기를 살리는 것이 목표였으나, 엔저와 역사적 고물가를 유발하는 등 폐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장중 약 3% 급락했다가 전날보다 2.46% 떨어진 2만6568.03엔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월 13일 이후 약 2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는 "BOJ가 사실상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고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약 10년간 추진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내년 4월 이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해 온 구로다 총재 임기가 내년 4월8일에 끝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내년 이후 BOJ 새 총재 아래서 진행될 금융완화 정책 수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21일 "BOJ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했다"면서도 "연속성이 제한적이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공동락 연구원은 "우리는 BOJ의 JGB 10년 금리 상한에 대한 상향이 종전보다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시장금리 상승, 엔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면서 "그러나 BOJ의 YCC 정책은 미국이나 유로존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사이클을 형성하는데 반해 연속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기에 그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제민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전향적인 BOJ의 정책 기조를 뜻하는 것은 아니나 향후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이에 따른 엔화 강세와 원화 강세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이번 결정이 실질적으로는 금리인상에 가깝고, 시장 안정과 물가 대응 측면과 더불어 향후 BOJ의 통화정책 변화를 위한 포석 또는 시험(간보기)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판단하며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총재가 부임하면 BOJ의 정책 기조에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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