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고용시장과 금리인상, 영끌족들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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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고용시장과 금리인상, 영끌족들의 고충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01.10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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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고용시장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반드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만큼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따라서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처방전을 다시 꺼내들게 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산 주택 소유주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임을 예고한다.겉보기에 '희소식'이 캐나다  경제주체들에게 '나쁜 소식'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러니다. 

지난해 4월11일 캐나다 시민이 채용 안내문이 붙은 토론토시내 상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CBC캐나다
지난해 4월11일 캐나다 시민이 채용 안내문이 붙은 토론토시내 상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CBC캐나다

캐나다통계청은 지난해 12월 고용시장 통계를 지난 6일 발표했다. 요지는 지난해 12월 새 일자리 10만4000개가 늘었고 실업률은 5%로 조금 내려갔다는 게 요지다. 11월에 1만개 증가한 것에 비하면 10배 수준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실업률은 전달(5.1%)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면서 석달 연속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 4.9%에 근접했다. 이번 통계 중 눈에 띄는 점은 풀타임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번 통계는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의 잇따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4분기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버렸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5000개 증가를 예상했는데 20배 이상 늘면서 캐나다 고용시장은 둔화 조짐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일자리 증가는 민간부문이 주도했고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늘어났다. 건설산업은 11월 감소에서 12월 2.3% 증가로 돌아섰다. 운송과 창고 부문도 3% 급증했다. 2021년 11월 이후 유의미한 증가다. 

과학과 기술 서비스산업의 전문직 일자리도 1.3% 증가하면서 2020년 여름 이후 상승세를 유지했다.

연령별로는 15~24세 청년층 신규 고용이 2.7% 증가한 6만900명 증가하면서 7~9월 감소분(5만1000명)을 상쇄했다. 또 25~54세 핵심연령 여성의 신규 고용은 2.3% 증가한 13만9000명, 같은 연령의 남성은 1.6% 증가한 10만7000명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질병이나 장애로 병가를 낸 근로자들도 8.1%나 됐다. 11월 6.8%보다 늘어났다. 팬데믹 이전 평균치 6.9%보다 높다. 고용의 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주별로는 온타리오,앨버타, 브리티시컬럼비아(B.C.), 마니토바, 뉴펀들랜드,래브라도, 서스캐처원에서 늘었고 퀘벡 등 나머지 주는 변동이 없었다.

임금도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5.1% 상승했다. 한 시간에 32.06달러로 1.57달러 늘어났다. 7개월 연속 상승이다. 시간급 상승률은 11월 물가상승률 6.8%보다는 낮았다. 총근로시간은 변화가 없었다. 1년 전에 비해 1.4% 증가했을 뿐이다. 거의 같은 시간을 일하는 반면, 시간급은 올랐으니 근로자 소득은 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시간당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바로 이 대목이 '나쁜 소식'의 시작점이다. 캐나다 중앙은행 BOC가 금리인상이라는 칼을 빼들 빌미를 제고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BOC는 캐나다의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기여자로 지목해왔다. BOC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를 식히기 위해 금리를 강도 높게 인상했다. 경제학자들은 고금리 영향에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노동시장은 지난 몇 달동안 건재함을 과시했다. BOC는 지난달경제사정에 따라 금리인상 사이클을 중단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캐나다 인플레이션(붉은색)과 기준금리(파란색) 추이. 사진=캐나다통계청/CBC캐나다
캐나다 인플레이션(붉은색)과 기준금리(파란색) 추이. 사진=캐나다통계청/CBC캐나다

신규 일자리 10만 4000개 증가를 보고 BOC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명하다. 경제는 과열돼 있고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BOC의 금리인상은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금융부담을 더 지울 것이다. BOC는 지난달 8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BOC는 한 해 동안 무려 7차례 금리를 올려 캐나다는 선진국 중 기준금리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BOC는 물가상승률이 3%에 근접하는 범위내로 들어올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있는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사진=CBC 유튜브 캡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있는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사진=CBC 유튜브 캡쳐

이 때문에 캐나다 가계와 기업 부담은 크게 불어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로 CBC캐나다가 보도한 사례를 보면 금리인상 부담으로 허덕이는 캐나다 가계의 실장을 정확히 보여준다. 당초 연 1.72%로 모기지 대출을 받은 한 금융소비자는 월 1700달러를 상환했다. 이는 가계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BOC의 금리인상으로 그의 모기지 금리는 5.5%로 치솟았고 월 상환액은 2700달러로 급증했다. 월 1000달러의 금융비용이 더 들어가니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녀들의 과외를 중단하는 등 마른 수건을 쥐어따듯 절약하고 있다. 이 소비자는 마지막 한푼까지 탈탈 털어 대출금을 갚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계약갱신이 다가오는 2월이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시중은행들의 모기지 금리 우대금리는 5% 중후반대로 뛰었고 변동금리는 6%대로 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BOC의 발표는 청청벽력과 같다.

금리 폭등에 망연자실한 캐나다 시민들은 '금리를 당분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BOC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자기들을 한탄하며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달에도 금리가 인상된다면 주택 매도에 나설 소유주들이 나올 게 분명하다. 이미 매뉴라이프은행이 지난 6월13일 내놓은 설문조사에서  주택 소유자 넷 중 한 명은 금리가 더 올라가면 집을 팔겠다고 답했다. 또 주택소유자의 18%는 이미 집을 보유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4월14일에서 20일 사이에 이뤄졌다. 그 이후 금리는 계속 오른 만큼 집을 팔겠다는 캐나다인들의 숫자는 더 늘어났을 것임에 틀림없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굴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성실히 일하고 절약해서 집을 산 캐나다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때려잡으려는 BOC로부터 처벌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칠까?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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